중독성이 강한 게임도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나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건 2014년부터다. 당시 WHO 정신건강부는 중독 섹션 전문가 그룹회의를 통해 게임 등 디지털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공중보건학적 문제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듬해 2015년 회의에선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이라는 명칭도 처음 정립됐다. 2017년 12월 국제질병분류 초안(Beta draft)이 WHO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랐고 여기에 '중독행위로 인한 장애' 편이 신설됐다. 이를 통해 게임중독을 도박중독과 함께 충동조절장애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게재됐다.
지난해 6월 WHO는 게임중독을 ICD-11 개정판에 올리면서 해당 안을 1년 뒤 총회에서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등재안 확정에 대해 게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뇌과학자들은 대체로 게임중독을 반드시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으로 보는 데 동의하고 있다.
2011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발행하는 정신의학 권위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는 게임에 중독된 뇌가 마약에 중독된 뇌처럼 변한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벨기에 겐트대 소속 시몬 퀸 박사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진은 벨기에, 영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에서 14세 청소년 154명의 뇌를 촬영한 결과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게임을 한 청소년들의 뇌 왼쪽 줄무늬체 영역이 훨씬 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쾌락을 요구하는 뇌의 '보상 센터'로 마약에 중독됐을 때도 똑같이 커진다.
게임이 마약처럼 뇌를 망가뜨리고 영구적으로 손상시킨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9년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가 코카인 중독자 뇌처럼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과학계에서 반론도 적지 않다. 게임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사람, 쇼핑하는 사람의 뇌에서도 보상 중추가 얼마든지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팝 등 아이돌 공연에 열광하는 경우도 사람의 뇌가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마약에 중독됐을 때와 유사한 뇌 구조 변형을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질병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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