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통화가치 절하하면 상계관세 부과…한·일·인도 등 리스크 커져
트럼프 “화웨이, 안보에 위협” 폼페이오 “더 많은 국가가 거래 끊을 것”
‘거래제한 조치 협력’ 우회적 요구…미·중 사이 ‘제2 사드 사태’도 우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일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거짓”이라며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방국들에 왜 화웨이 기술을 쓰는 것이 자국 개인정보와 국가안보에 위험한지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일본의 일부 기업처럼 더 많은 회사와 국가들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답했다. 미국은 올 초부터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이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 답변 대신 “중국 장비업체들이 어떤 국가의 5G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중국이 그 업체들에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하도록 강요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한국 정부나 화웨이 장비를 쓰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화웨이 거래 중단 압박 수위를 높이면 한국은 자칫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문제 삼아 중국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보복했던 사태가 재발할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화웨이는 매우 위험하다. 안보적 관점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그들이 한 행동을 보라.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무역 합의의 부분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문제를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는 환율 문제도 압박 카드로 꺼내들었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평가된 환율에 따른 경쟁력을 ‘통화 보조금’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중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면서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대미 무역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환율 저평가국들도 보복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상무부 조치가 중국을 겨냥했지만 한국·일본·인도·독일·스위스도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이 국가들을 중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해왔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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