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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불리한 계약은 무시해도 된다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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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버스정류소 계약 “잘못됐다” 연장 전제 우선 협의권 무시

- 일방적 연장 거부 통보에 시설물 “기부채납하라” 강요

- 협상 결렬 돼 철거땐 시민 안전 위협ㆍ국제소송 우려도

헤럴드경제

버스정류소 변경 전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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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서울시가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를 위탁관리하는 민간기업에 계약서 내용에 명시된 우선적 협의권(계약연장 전제)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서 관련 시설물은 그대로 두고 떠나라고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설물 투자를 진행해온 이 업체는 연장이 거부될 경우 시설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를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상황이 초래한다면 서울시민은 당장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서울시와 옥외미디어 전문기업 제이씨데코(JCDecaux)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제이씨데코는 지난 2003년 5월 서울시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의 관련 시설물에 대한 민간위탁관리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1차 개통 시기인 이듬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년이다.

제이씨데코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 관련 모든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유지와 보수까지 책임졌다. 정류소 시설물 훼손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제이씨데코는 지난해까지도 서울시의 요청에 의해 시설물에 대한 추가 투자도 진행했다. 대신 제이씨데코는 광고판 운영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 구조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는 6월 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제이씨데코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오히려 그동안 제이씨데코가 투자했던 시설물을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엄연한 계약 위반이다. 서울시는 2003년 계약 당시 연장을 전제로 한 우선적 협의권을 명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제이씨데코 측은 지난 15년을 기반시설 투자시기로 보고 당연히 계약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서울시 측은 최초 계약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15년 동안 독점적 운영권을 추가 연장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제이씨데코의 입장은 다르다. 2003년 당시 중앙버스정류소에 대한 개념도 없을 당시 다른 민자사업과 달리 수익률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었다며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계약했다는 주장이다. 또 시설물 투자가 있으니 최초 계약을 29년으로 제안했나 서울시의 요청에따라 15년으로 하게 됐으며 이에따라 우선 협의 조항이 협약서에 명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운영방식을 모르던 서울시에 선진 기법을 제시하고 많은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체계를 정착시키고 운영해왔던 만큼 추가 연장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에대서 오희선 버스정책과장은 “제이씨데코가 15년 동안 350억원이라는 수익을 내서 기부채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안을 제안하라고 했으나 제이씨데코측에서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제이씨데코측은 “서울시에서 협상하자고 해서 갔더니 협상 이야기는 하지도 않고 시설물을 기부채납하고 떠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제이씨데코 관계자는 “국내 경쟁사가 보유하고 있는 버스승차대 시설물은 당사보다 3배에 달하지만 계약 만료전 상당기간 연장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공공기여 사업을 확대할 용의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선진기법과 투자를 통해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더니 하루아침에 다 내놓고 나가라는 요구는 횡포”라고 항변했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철거를 할 경우 자원낭비, 시민의 불편 및 안전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원만히 연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연장 없는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기부채납하고 나가라고 한 것은 맞다”며 “서울시가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서 기부채납하라고 하면 제이씨데코측이 새로운 안을 만들어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새로운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나갈 것”이라며 “입찰공고가 나가더라도 제이씨데코측이 새로운 안을 가지고 오면 협상에 응하겠다”고 했다.

이에대해 제이씨데코 관계자는 “시설물 철거라는 최악의 상황은 생각한 적도 없다”며 “새로운 중재안을 가지고 가면 서울시가 성실하게 협상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태도는 무역 분쟁 소지도 있다. 제이씨데코는 프랑스 기업으로 글로벌 옥외미디어 전문기업이다. 종로 연등행렬 행사, 차 없는 거리 행사 등을 위해 이동식 중앙버스정류장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계약서를 무시하고 기부채납까지 강요할 경우 한-프 무역분쟁까지 초래할 수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운영사인 프랑스 기업이 수익보전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몇해전 계약 해지됐는데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사업은 이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공공기관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에서 민간 사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사스나 메르스등 전염병이 돌아 다중시설 운영을 중지 시켜도 이에따른 손실은 보전해 주지 않는다”며 “손실 보전을 요청하면 ‘계약대로’하고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말만한다”고 말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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