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와 조선일보 수사 외압 확인
'장자연 리스트'는 진상규명 불가 판단
힘 있는 유력인사들이 여배우에게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했는가? 2009년 배우 장자연 씨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문건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계속된 의문입니다. 하지만 경찰도, 검찰도 이 의혹을 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의혹을 제대로 풀지 '않으려' 했다는 또 다른 의혹이 더해졌고 부실수사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허비됐습니다.
지난 20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가 술접대를 강요한 것은 맞지만 성접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가해 남성들을 적었다는 '장자연 리스트' 실물이 없고 이를 본 사람이 동료 배우 윤지오 씨뿐인 상황입니다. 당시 리스트를 언급했던 매니저나 유족도 리스트는 아니었다는 등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결국 과거사위는 성범죄 피해 의혹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혐의 대부분도 시효가 지나 수사 권고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사를 시작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왜일까요? 과거사위는 보고서 뒷부분에 "(수사기관의) 이례적이며 의도적인 증거 은폐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부실수사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경찰이 당시 장씨 등 주요인물에 대해 조회한 1년 치 통화내역 원본이 사라졌습니다. 경찰이 검찰에 보냈다는 휴대전화·컴퓨터의 디지털포렌식 자료도 첨부돼 있지 않았습니다. 장씨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한 시간은 불과 57분. 가방은 열어보지도 않았고 다이어리와 명함도 압수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사위 활동을 취재한 강버들·김선미 기자도 지난 20일 소셜라이브에서 "적기에 제대로 된 수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부실수사 말고도 확인된 의혹이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사실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압박한 혐의입니다. 하지만 처벌 시효가 2016년 이미 끝나 수사 권고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수사 외압은 명백한 허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성범죄 피해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과거사위는 관련된 이번 조사와 과거 수사 기록을 보존하라고 했는데요. 나중에라도 결정적 증거나 핵심 진술이 나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특수강간 혐의 등이 확인되면 2024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과거사위가 남긴 작은 불씨가 숨진 한 사람의 억울함을 밝혀줄 날이 올까요. 그 작은 가능성도 이제 5년 남았습니다.
※영상에는 법조팀 강버들·김선미 기자가 '장자연 사건' 10년의 의혹들을 정리한 소셜라이브 하이라이트 <6분순삭>이 담겨있습니다.
(제작 이상훈)
◆ 관련 리포트
[190520 소셜라이브] '장자연 리스트' 더욱 커진 10년 의혹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245/NB11820245.html
서봉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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