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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글로벌포커스] 한체중서용(韓體中西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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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벌어지는 미·중 무역전쟁하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중국에 편중된 투자와 수출을 미국으로 분산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서 난국을 타개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전략을 한체중서용(韓體中西用)이라 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빠른 기술개발 능력과 국제정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문화로 미국과 중국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20년 동안 미국의 선진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중국 시장에 중간재와 소비재를 공급하며 성장했다. 앞으로는 중국이 보유한 선진기술을 습득해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번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BTS처럼….

미·중 전쟁의 향후 전개 과정을 예측해 보려면 무역전쟁, 환율전쟁, 무력전쟁의 세 가지 전쟁에 대한 장단기 분석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승리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을 통해 30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왔다. 미국이 관세를 평균 5%에서 25%로 올리고, 중국산 수입 품목과 화웨이를 표적으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이기는 게임이 된다. 중국은 무역협상을 장기적으로 풀면서 평균 10% 관세에서 합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임에 실패하면 중국은 다른 협상카드를 제시할 것이다. 환율과 핵무기는 양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과 무력전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패권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것은 글로벌 시민으로서 안타깝다. 이 와중에도 전쟁 수혜기업과 국가가 있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의하면 말레이시아 일본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혜국이다. 그 이유는 이 국가들이 미·중 전쟁 시 정치적 이슈를 피하면서 전자직접회로, 액화천연가스, 통신장비 제조기업들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에 정치 중립적인 에너지, 정보기술(IT) 그리고 제조업이 기대주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어나는 가장 큰 경제적인 변화는 전 세계 산업별 공급망 체계의 구조조정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석유와 셰일가스, IT에서는 반도체와 5G 통신장비, 자동차 사업에서 전기차 배터리, 농수산업에서는 대두와 육류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체계의 변화를 살펴보자. 미국은 천연가스인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려서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50% 이상 많지만 자체 생산하지 않고 중동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미·중 에너지 전쟁으로 한국 석유화학 회사들은 대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화학단지를 준공하고 신동빈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

반도체 공급망 체계의 큰 그림은 미국과 한국 기업이 공급하고 중국 기업이 구매하는 구조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구매에 제재를 시작할 경우 미국과 중국 모두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만이 이 위협을 피할 수 있다. 양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삼성전자가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통신장비 공급망 체계에서 공급자는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인데, 양국 제재로 제3국인 한국 기업에 가능성이 보인다.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서 경쟁우위를 갖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 삼성전자는 4G하에서 1년 만에 아이폰의 경쟁 제품인 갤럭시를 개발하고 세계 시장 1등 신화를 창조했다. 5G 시장에서 제2의 신화 창조를 기대해본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는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과 LG화학 삼성SDI가 선두 기업이었다. 최근 2년 사이 중국의 CATL이 글로벌 1등 회사가 됐다. 현시점에서 양국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LG화학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후발 주자인 SK가 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것 역시 한체중서용의 좋은 사례다.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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