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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시론] 문무일의 전도된 ‘검찰권 독립론’ / 권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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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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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끝내 열었다.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수사를 담당하는 어떠한 기관에도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사법제도의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이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라는 말은 명백한 왜곡이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은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을 조밀하게 사후통제한다. 첫째, 검사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 법령 위반, 인권 침해의 모든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 검사는 경찰에게 시정요구를 하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시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시켜 해당 경찰을 사건에서 배제할 수 있다. 검사는 해당 경찰을 수사하여 기소할 수도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의 직무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둘째, 피해자 등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에게 자동 송치된다. 검사는 위법 부당한 불송치의 경우에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셋째,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여전히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보완수사 요청권을 갖는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직무배제와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광범위한 직접수사권을 보유한다.

문 총장이 형사사법제도의 민주적 원칙을 논하려면 경찰 1차 수사권이 아니라 검찰 권력을 논했어야 한다. 검찰은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로 독점적 영장청구권,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무제한의 직접수사권, 총괄적인 수사지휘권을 보유한 권력적 수사기관이었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확대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 전국 43곳의 특별수사 조직을 폐지했고, 대검찰청에 인권부를 설치하였다고 밝혔지만, 특별수사 업무는 지방검찰청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에 집중된 업무였다. 특별수사 업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안과 곡진한 만류를 뿌리치고 끝내 단독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간담회 마지막에는 재킷을 벗어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옷이 흔들린다. 흔드는 건 어딘가.” 불교 선종 6조 혜능의 설법 흉내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며 ‘떡검’과 ‘색검’으로 불릴 만큼 부패했던 검찰 자신을 정치권력의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인가. 문 총장의 설법은, 오히려 ‘검찰권 독립론’을 앞세워 능동적으로 정치권력화를 추구했던 1922년 일본 다이쇼 형사소송법 시대 검찰을 더 짙게 연상시켰다. 그 시대 검찰은 스스로를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재판관이라 했다. ‘광의의 사법관론’은 검찰의 인사·행정·공소권행사 등에 외부 조직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검찰권 독립론’과 결합해서 정치관료 검벌(檢閥)을 만들었다. 검찰은 본국과 식민지 모두에서 사법부 판사도 보조자로 삼은 검존판비(檢尊判卑)의 강력한 지배권력이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피고인이 재판에서 부정해도 판사는 검사의 조서에 적힌 대로 판결했다.

해방 후, 영미법의 형사사법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해서 검찰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영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수사권은 경찰이 보유하고 검사는 기소권을 갖는다. 공판중심주의의 재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은 무기평등의 당사자로 대등하다. 그러나 미군정이 일제 강점기 경찰 인력을 바탕으로 1945년에 창설한 국립경찰의 인권유린 행태가 국민의 분노를 샀다. 사법경찰기구를 휘하에 직속시키려는 검찰의 요구에 힘이 더 실렸고, 1954년 제정된 우리의 형사소송법은 다이쇼 형소법의 기본 틀을 유지했다.

촛불로 세운 정부에 이르러서야 검찰 제도개혁의 첫발을 뗀다. 검찰이 진정 민주적인 형사사법제도로 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길 원한다면, 과감히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자치경찰제의 조속한 시행과 정보경찰의 분리·독립, 국가수사본부 설치 방안에 고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검찰이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조차 거부한다면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저항하는 역행이 될 것이다.

한겨레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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