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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두통엔 치즈 NO, 견과류 OK … 신장병엔 바나나 NO, 요구르트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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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할 땐 과일주스 대신 보리차

통풍 앓을 땐 고깃국 대신 미역국

골다공증 땐 콩밥 대신 버섯요리"

질환별 음식 가려 먹기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는 질병 치료에 있어 음식의 중요성을 약만큼 강조했다. 시간이 흘러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됐지만 히포크라테스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약을 처방하는 많은 의사가 음식만 잘 가려 먹어도 질병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한다. 질병에 따라 도움이 되는 음식, 해가 되는 음식을 소개한다.

중앙일보



살면서 가장 흔히 겪는 질병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설사와 복통이다. 이런 흔한 증상에도 가려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우선 설사를 할 때는 과일주스를 조심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오렌지·사과·포도 등 주스류는 삼투성이 높은데 혈액 내로 수분을 더 빨아들여 설사를 악화(삼투성 설사)시킨다”며 “설사를 할 때는 주스류 섭취 대신 보리차를 끓여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두통이 있을 때도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 우선 육가공품을 멀리한다. 한양대병원 김민선 영양팀장은 “햄·소시지·베이컨 등 육가공품에는 화학조미료와 아질산나트륨이 섞여 있는데 이 성분들이 뇌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두통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초콜릿의 페닐에틸아민 성분, 와인과 치즈의 티라민 성분도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두통이 있을 때는 마그네슘이 많이 든 음식이 좋다. 마그네슘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세포 기능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견과류·통곡물·두부 등에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하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식품도 있다. 강 교수는 “카페인은 잘 알고 있지만 의외로 술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져 마치 잠을 잘 자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깊은 잠을 자는 ‘논렘(non-REM)’ 단계를 단축해 자꾸 잠에서 깨게 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유독 피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우유·키위 등이 좋다. 우유는 트립토판 성분이, 키위는 이노시톨 성분이 신경계를 안정시켜 잠이 잘 오게 한다.

불면증 환자는 우유·키위 먹고

만성질환을 가졌다면 음식을 더욱 가려 먹어야 한다. 대표적인 질환이 통풍이다. 김 팀장은 “통풍은 체내 요산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통풍이 시작됐다면 요산을 생성하는 푸린 성분이 많은 음식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린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은 등푸른 생선, 멸치, 고기 그리고 진하게 우려낸 고깃국물 등이다. 맥주에도 푸린이 많다. 반대로 통풍 환자가 꼭 챙겨 먹어야 할 음식은 해조류(미역·다시마 등)와 섬유질, 비타민C가 많은 과일(토마토·키위 등)이다. 요산 축적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장질환자의 경우 칼륨 성분이 든 식품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김 팀장은 “신장(콩팥)이 망가지면 칼륨 배설이 쉽지 않은데 이 때문에 고칼륨혈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칼륨이 배출되지 않고 쌓이면 근육이 마비돼 손발이 저리고 다리가 무거우며 혈압이 떨어진다. 부정맥 등 심장 질환 관련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칼륨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칼륨이 많이 든 식품은 녹황색 채소, 바나나·견과류·잡곡류 등이다. 하지만 녹황색 채소의 경우 데치면 칼륨이 상당 부분 빠져나간다. 김 팀장은 “신장병 환자가 채소를 먹을 때는 한 번 데친 후 무쳐서 먹는 방법을 많이 권한다”고 말했다. 단 데친 물은 반드시 버리고 채소만 건져 사용해야 한다.

반대로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은 칼슘 함량이 높은 우유·요구르트류(걸쭉한 농후발효유)다. 칼륨 수치가 증가하면 칼슘 배출량이 늘어 골다공증 등의 2차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와 요구르트 중 하나를 하루 1개 정도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육류와 청량음료 섭취에 주의한다. 이들 식품에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인 성분이 풍부하다. 흔히 건강식이라고 불리는 콩 요리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콩에 든 옥살산은 장에 ‘칼슘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해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루 한 끼 1회분 정도 먹는 것은 괜찮지만 두유를 즐겨 먹거나 매 끼니 콩밥을 먹는 등의 식사 패턴은 피해야 한다. 골다공증에 도움되는 음식은 녹황색 잎채소다. 특히 시금치·케일 등 잎이 두꺼운 녹황색 채소에 칼슘이 풍부하다.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는 비타민D가 풍부한 버섯류와 함께 요리해 먹으면 좋다.

간경변증 환자 역시 고기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단백질을 정상적으로 분해해 배설하지만 간이 나쁜 사람은 단백질의 대사 산물인 요소를 잘 배설시키지 못해 체내 농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요소가 뇌로 가면 의식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이 고기를 많이 먹고 혼수상태가 돼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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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 환자는 견과류 섭취

간경변증 환자는 철분이 많이 든 음식도 피해야 한다. 혈류에 철분 함량이 높아지면 간경변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분이 많은 붉은 고기나 간 등은 피하는 게 좋다. 한편 간에 도움되는 음식은 비타민E·셀레늄 성분이다. 견과류·잡곡류에 풍부하다. 간 손상과 간경변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정 식품보다는 특정 첨가물을 주의해야 하는 질병도 있다. 천식이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천식 환자는 아황산나트륨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며 “일반 사람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천식 환자는 아황산나트륨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침과 재채기 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황산나트륨은 방부제로 널리 쓰이는 식품 첨가물이다. 와인과 맥주에 많이 들어 있고 말린 새우나 과일(건포도 등)에도 아황산나트륨이 많이 쓰인다. 천식 환자의 증상을 줄이는 식품은 도라지·생강·배 등이다. 기관지 염증 완화와 기침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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