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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문 대통령, 기념사 도중 19초 침묵…‘5·18 모욕’에 참담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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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l 5·18망언 작심 비판 왜?

“광주 시민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이례적으로 긴 침묵에 청중도 눈시울

5·18 향한 망언 이어지자 전격 참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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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침묵이 이어졌다. 19초 동안의 긴 침묵이었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다시 입을 뗐지만, 목은 메고 눈동자는 흔들렸다. 식장을 메운 청중의 눈동자도 함께 흔들렸다. 일부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는 메시지 자체보다 기념사 도중 20초 가까이 이어진 ‘말의 공백’이 더 많이 회자됐다. 그 침묵을 두고 문 대통령 주변에선 인권변호사이자 민주화운동가로서 지녀온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의 흔적이자, 국정 책임자로서 광주가 다시 모욕당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참담함의 표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기념사 초반 광주시민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단락 중간에 나왔다. 침묵 끝에 재개된 기념사는 “1980년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는 한층 구체적인 사과로 이어졌다.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2년 전 기념사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두고서도 문 대통령은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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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내년 행사에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본인 결단으로 올해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학 복학생 시절 겪었던 5·18에 대한 부채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극우세력의 망언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서 꼭 광주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이 80% 선을 오르내리던 취임 초반 지지율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광주·호남 유권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광주 5·18에 감사하면서 더 좋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가는 것” “우리의 5월은 희망의 시작, 통합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의 전제 조건이 ‘진실 규명’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최근의 5·18 관련 망언들을 직접 겨냥했다. 그러면서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는, 지체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극우세력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한국당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이들 징계에 미온적인 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지역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념식 참석을 강행한 자유한국당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하여 씁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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