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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일제잔재""로또사라" 검·경 SNS서 카드뉴스로 '네 탓 비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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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앞두고 검·경 충돌

일방적 주장담아 카드뉴스 배포

두 기관 "국민에게 사실 알리는것"

"합의 못했던 노무현정부 떠올라"

중앙일보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9월 13일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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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핑계대고 거부하면 보완수사 못합니다"(대검)

"검찰이 말도 안되는 수사지휘를 많이 합니다"(경찰청)

대검찰청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페이스북에는 비판을 넘어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는 듯한 카드뉴스가 게시돼있다.

지난 8일 대검이 공개한 카드뉴스엔 여야 4당의 합의안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검찰이 경찰 수사의 잘못을 밝히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차라리 로또를 사십시오"라고 적혀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권 남용 등 핑계를 댈 경우"도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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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직접 제작한 카드뉴스 중 일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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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에 대응하듯 일주일 뒤 카드뉴스를 만들어 "검찰의 말도 안되는 수사지휘로 경찰 수사력이 낭비된다"며 "수사권 조정 법안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 반박했다.

법원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하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 비판했다.

검·경 "카드뉴스 사실기반, 국민위해 만들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 기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카드뉴스 제작에 관여한 검·경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만든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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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제작한 수사권조정 관련 카드뉴스. [대검찰청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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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SNS에서 감정섞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검찰은 검사들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공개하고, 경찰관들은 SNS에서 직접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회견을 하며 청와대·경찰과 각을 세우자 경찰 내부에선 민갑룡 경찰청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사권조정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상 두 기관의 이런 여론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제 국민들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 알권리 아닌 서로 흠집내기 치중"
하지만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는 "검·경이 국민들에게 정부 정책을 알리기보다 서로를 흠집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달라 오히려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 지적했다.

대학원생인 이모씨(32)는 "두 기관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지키려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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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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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상대방의 입장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면 결국 손해보는 것은 국민"이라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검·경 대립, 노무현정부 실패 떠올리게 해"
여당 내에선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경의 대립이 "노무현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며 두 기관의 합의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의 공동 저서인『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문 대통령은 당시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절충과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당연히 적게 내주려고 하고 경찰은 더 많이 받아내려고 했다"며 "경찰이 단숨에 너무 많은 것을 받으려고 욕심을 부렸다"고 회고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금 수사권 조정을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도 노무현정부 실패의 교훈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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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조국 민정수석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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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5년 전과 달리 현재 수사권 조정은 결코 "욕심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때와 달리 준비가 충분하고 지난 보수정부에서 정치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현재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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