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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강남역 살인 사건 3주기' 추모 집회 열려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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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2주기를 맞아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 안에 마련된 '기억ZONE: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은 한 여성이 포스트잇 글들을 읽으며 피해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은 지난 17일 사건 발생 장소 근처인 강남역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인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강남역 인근 강남 스퀘어에서 ‘묻지 마 살해는 없다’ 추모제를 개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참가자는 200여명으로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남성들도 일부 있었으며 피해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검은색 옷차림으로 나온 참석자들도 있었다. 시민 약 100명은 헌화(獻花)를 위한 흰색 꽃을 들고 행사에 참석했다.

추모제 사회자는 “언론에서 강남역 살해 사건을 두고 ‘묻지 마 살인, 무차별 살인’이라고 하고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지만 이것은 여성 혐오 범죄”라며 “묻지 마 살해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집회에서 자신을 청소년 여성주의자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3년 전 이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여성으로서 느낀 일상적인 공포가 더는 개인적인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여성 혐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혐오 피해자를 더 양산할 것”이라며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가자는 “너의 죽음은 잊히지 않는다. 다시 강남역에서 우리는 외친다. 묻지 마 살인은 없다"는 추모 시를 낭독하며 울음이 북받친 듯 목을 멨다.

참가자들 일부는 올해 초부터 불거진 일명 ‘버닝썬 게이트’를 중심으로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 성매매, 불법 촬영과 유포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아쉬움과 우려를 나타냈다.

한 참가자는 “검경은 여성 대상 범죄에 여전히 소극적 반응을 보인다”라며 “버닝썬 수사 결과를 보면 국가가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 또한 “버닝썬 수사 결과가 참담해 3년간 무엇이 바뀌었나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행사는 개회사에 이어 추모시 낭송, 사건이 발생일인 ‘5월17일’을 기리기 위한 ▲5분17초 동안의 침묵▲참가자들의 자유 발언▲헌화 행렬(행진)▲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맞은 편으로 길을 건너 침묵한 채로 강남대로를 행진해 강남역 10번출구까지 약 600M 가량을 행진했다.

세계일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 집회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손에는 저마다 ‘묻지 마 살인(X) 여성 혐오 살인(O)’, ‘묻지 마 살해는 없다’,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피켓과 흰 장미, 국화를 들고 있었다. ‘우리에게 묻지마 살인은 없다’, ‘더 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다시 강남역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사건 발생 장소 근처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멈춘 뒤 헌화하고 사건 직후 때처럼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는 만남을 가졌다.

이어서도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서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여성에게 안전한 세상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17일 오전 1시쯤 김모(37·당시 34세)씨가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처음 본 여성 하모(사망 당시 23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김씨는 살해 이유에 대해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진술하며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여성 혐오 문화’와 ‘여성 혐오 범죄’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피해망상 등 심신미약이 인정돼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3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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