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국토교통부 주최로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계양구청 대강당에서 `인천 계양 3기 신도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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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시작부터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삐걱'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7일 오전 10시 경기 하남시청 대회의실에서 하남 교산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신도시로 지정된 천현·교산동 주민들이 오전 8시 30분부터 대회의실 입구를 점거해 국토부와 LH 직원들은 입장도 하지 못하고 10시 30분쯤 돌아갔다. 이날 해당 지역 주민 3명은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까지 했다.
하남 교산지구보다 먼저 주민설명회를 연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남양주 왕숙에서도 설명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16일 열린 왕숙지구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가 '짜맞추기식'이라고 반발하면서 시작 10분 만에 중단된 후 무산됐다. 14일 개최 예정이던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주민설명회는 교산지구처럼 주민들이 회의장 입구를 막아버려 국토부 직원들이 입장조차 못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결정되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도시계획 밑그림을 그리는 첫 단계다.
하지만 3기 신도시들의 '첫 단추'부터 난장판으로 끝나면서 국토부는 주민설명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물론 환경영향평가법 13조와 시행령 18조에 따라 설명회를 생략하는 것은 가능하다. 개발 사업이 주민 반발 등으로 지나치게 늘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가 너무 많아지면서 국토부가 신도시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중 과천 과천지구 주민설명회가 반발이 심해 생략하기로 결정됐고, 정부가 따로 추진 중인 중소규모 신규 택지 중 10군데도 설명회를 건너뛰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양주 왕숙 등의 설명회를 건너뛸 수 있냐는 질문에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겠지만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달 2차로 지정된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2곳 상황도 만만치 않다. 고양 창릉지구의 타격이 우려되는 일산과 파주 운정, 부천 대장지구 영향을 받는 인천 검단신도시 등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주 파주 운정지구에서 '3기 신도시 지정 반대집회'를 열었던 일산신도시연합회는 18일 지하철 3호선 주엽역 앞 주엽공원에서 2차 집회를 연다. 이 집회엔 파주운정신도시연합회, 인천검단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 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계양테크노밸리 주민대책위원회, 하남교산 고향지키기 주민대책위 등 3기 신도시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여할 예정이라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산 주민들은 사전 홍보와 집회 준비에 열을 올리며 세력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발코니에 '3기 신도시 OUT' 플래카드를 가구별로 내걸고, 3기 신도시 반대 전단지를 아파트 우편함에 배포하는 등 집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 중이다. 또 주민 일부와 야당 정치인들이 주요 환승역이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3기 신도시 반대 1인 시위 등을 개최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여러 개발사업을 급하게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공택지와 관련된 사안 말고도 GTX 건설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사례 등 여러 방면에서 주민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청담동, 용산 후암동, 파주시 교하지구 주민들은 연합해 1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GTX A노선 변경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 지역은 GTX A 노선이 자신들의 집 밑으로 지나가는 것으로 갑자기 바뀌었다며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은 당초 용산시민공원 등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후암동으로 바뀌었고, 파주는 당초 교하 열병합발전소를 우회하는 노선이었는데 변경되면서 열병합발전소와 도서관 등을 관통한다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시민은 "정부는 안전하다고만 '앵무새같이' 얘기한다"며 "하루 250번 고속열차가 집 밑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싱크홀이나 지반 침하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동우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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