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ㆍ안철수계 몰표가 결정적
-당ㆍ국회 정상화 다룰 현안 가득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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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김성식 의원과의 2파전에서 기대 이상의 낙승을 거뒀다. 48세 재선으로 ‘키’를 잡은 오 원내대표의 젊은 리더십은 곧장 시험대에 올랐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원내대표는 전날 바른미래 의원총회에서 전체 24표 중 13표 이상의 과반 득표를 얻었다. 정치권은 애초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호남계 간 치열한 표싸움을 내다봤다. 오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출신, 김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다. 이에 과거 한솥밥 식구였던 김 의원에게 국민의당계와 호남계가 몰표를 줄 가능성도 나온 때였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안철수 전 대표가 주축인 국민의당계가 ‘캐스팅보터’였다. 유승민 전 대표가 중심되는 바른정당계는 당내 8명 뿐이다. 바른정당계와 호남계가 서로 다른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당계에서 최소 5표 이상을 얻은 모습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서의 안ㆍ유 연합이 이어진 것이다.
의원들은 호남계의 응원을 받은 ‘손학규ㆍ김관영 체제’ 심판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시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목적으로 강제 사보임을 2차례 강행하는 등 무리수를 둔 데 불만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였다는 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은 여당 권력을 견제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며 “하지만 바른미래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야당 아닌 여당에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 앞서 전략 투표를 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호남계가 힘을 얻을수록 전국 정당이 될 가능성이 없어질 것으로 봤다는 분석이다.
오 원내대표의 길은 탄탄대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놓인 숙제가 많다. 당장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부터 잡음없이 다뤄야 한다. 그는 변화의 첫 걸음이 ‘비전 없는 현 지도부 체제의 전환’이라고 했다. 손 대표의 퇴진에 힘을 준 것이다. 하지만 당 내에는 호남계 등 손 대표의 지지자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반발을 잠재우며 어떻게 목적을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칫하면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패스트트랙도 민감한 사안이다. 오 원내대표는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넘어간 법안 내용들에 부정적 뜻을 내비쳤다. 특히 공수처(고위고직자범죄수사처)법과 관련, “공수처장과 차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이 통과되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반대하다 강제 사보임된 당사자다. 다만 상황이 어찌됐든 패스트트랙은 통과됐다. 오 원내대표는 이 안을 기본으로 협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로 바른미래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지금 같은 분열이 이어지면 빠른 속도로 깨질 가능성이 있다. 무거운 짐을 진 셈”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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