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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스마트폰' 참패 에릭슨, 5G로 극적 부활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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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 키플랫폼]안드레아스 괴텐베르크 스웨덴 연구·고등교육국제협력재단 전무이사

머니투데이

안드레아스 괴텐베르크 스웨덴 연구·고등교육국제협력재단 전무이사가 지난달 25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세션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유망기술'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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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스웨덴의 에릭슨과 일본 소니가 합작해 소니에릭슨이 탄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놓는 제품마다 시장에서 실패했고, 결국 2011년 에릭슨은 소니 품을 떠났다. 이후 두 회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랬던 에릭슨이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중국의 화웨이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번 무너진 회사가 어떻게 차세대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지난달 25~26일 '미지(未知)의 첨단(尖端): 내일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의 연사로 참여한 안드레아스 괴텐베르크 스웨덴 연구·고등교육국제협력재단 전무이사는 에릭슨의 부활 비결을 스웨덴의 산학협력에서 찾았다.

자동차 공장 옆에 타이어 공장이 들어서듯, 스웨덴 기업들의 본사 옆에는 스웨덴 최고 대학들이 뭉쳐 만든 사이언스 파크가 있다. 단기간 이익을 좇는 대기업과 20~30년 후 미래를 내다보는 대학의 연구가 합쳐지면 에릭슨처럼 당장의 실패에도 미래에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다음은 안드레아스 전무이사와의 일문일답.

-스웨덴의 사이언스파크는 어떤 일을 하나.

▶스웨덴에는 20여개의 사이언스파크들이 있다. 대개 2~3개 대학들이 입주한다. 대표적으로 에릭슨과 삼성 옆에는 키스타(KISTA)가 있다. 키스타에는 스톡홀름대학 등이 입주했다. 사이언스파크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설정한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20년 후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 길을 제시한다.

기업이 발주하고 대학은 수주하는 것을 넘어 서로 수평적으로 소통한다. 기업과 대학은 경쟁관계나 상하관계가 아니다. 기업 엔지니어 인력의 20% 정도는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대학 연구시설에서 학위를 따거나 연구에 몰입하고, 대학 교수들은 기업으로 일정기간 파견을 나가 현장을 배워온다. 이렇게 밀착해서 협력하면 유능한 외국 인재도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협력 관계도 구축된다.

-스웨덴의 또 다른 산학 협력 혁신 사례는.

▶스웨덴은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스웨덴은 '다국적기업'이 제일 먼저 탄생한 국가다. 스웨덴과 같이 작은 나라가 다국적기업 브랜드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혁신의 환경은 작고 척박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다.

대학교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이같은 환경은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키워 전세계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은다. 스웨덴은 전화기부터 헤드셋, 냉장고, 3점식 안전벨트 등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도 키워냈다. 작은 나라일 수록 글로벌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들이 많은 국가일수록 월등한 혁신 성과를 보이는가.

▶자원과 환경, 연결성, 아웃풋 등 기준으로 보면 단연 미국이 1위이다. 미국처럼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학들이 많지 않지만 스웨덴도 4위 수준이다. 연구 논문 등을 봐도 개개인의 성과는 미국보다 유럽이 부족하지만 집단으로 비교할 수록,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지는 연구를 놓고 비교할 수록 이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스웨덴의 해외 연구 성과는 어떤가.

▶스웨덴은 한국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고, 더 많은 협력을 하길 원한다. 단순히 비교해 보면 스웨덴에는 11만8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있고 이들이 내놓은 연구 논문은 총 24만편이다. 한국은 39만명이 50만편에 가까운 연구 논문을 생산한다. 규모는 한국이 크지만 질적으로 비교하면 스웨덴은 인당 1.69편, 한국은 1.02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문들 중 스웨덴과 한국이 협력해 작성한 2500여 논문을 보면 퀄리티 점수가 6.15에 달한다. 스웨덴이나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혁신을 일구기 위해선 국제적인 협력이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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