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 신도시와 교통망 건설사업이 속속 발표되자 곳곳에서 "우리 동네에 지하철 역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인근 지역 불만을 누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등 절차를 생략하는 '속도전'을 예고하자 정치권·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이 역세권 사수를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커 무분별한 교통망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고양시와 심상정 의원실(고양시갑·정의당)은 고양 창릉신도시 핵심 교통망인 '고양선(가칭)'을 고양시청 북부 지역인 일산동구 식사동까지 연장해달라고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요청했다. 고양선은 현재 새절역(6호선·서부선)부터 고양시청까지 연결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식사동 지역은 인근 풍동·중산동을 포함해 12만명이 살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 하지만 가까운 철도역이 없고 환승 버스 노선도 부족해 '교통 오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국민 청원 등 각종 민원을 통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삼송~식사동~킨텍스) 운동을 끊임없이 벌여왔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1·2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식사지구는 전형적인 교통 불모지"라며 "대중교통 소외 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로 현재 동국대병원 앞으로 추가 역을 신설하는 노선 연장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거주자들도 온라인 청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LH 등은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계획된 노선을 추가 연장하면 사업비·수익성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노선 사업비는 LH가 모두 부담하고, 노선 사업비 상당 부분이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된다.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계획 노선에서 식사동 동국대병원 앞으로 추가 역을 만들면 노선이 대폭 길어지게 된다"며 "다른 대안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외에도 교통망 확대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 곳곳에선 기대와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수원 호매실 지역 주민과 수원 광교 지역 주민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했다. 호매실 주민 400여 명은 "13년을 기다렸다"며 "신분당선 연장선을 당장 착공하라"고 사업 촉구 시위를 벌였다. 반면 광교 주민들은 "광교역도 경유해달라"며 "광교역을 지나지 않으면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반환해달라"고 항의했다.
부산·울산 지역에서도 광역 전철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말 운행 예정인 부산 부전~울산 태화강 구간 광역 전철을 울산 송정역까지 연장해달라는 주장이 골자다.
부동산 업계에선 내년 총선과 맞물려 '교통망 건설'이 뜨거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도구로 교통망 확대 계획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기반시설 확충 등을 내세워 3기 신도시 등으로 생길 수 있는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정치권은 이를 미끼로 활용해 '표 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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