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압수수색때 새 휴대폰 내놔
외압 의혹 당시 내용 모두 삭제해
이종섭도 올 3월 새 휴대폰 제출
공수처, 조직적 증거인멸도 수사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삼강교 위에서 해병대원들이 실종된 동료를 애타게 찾고 있다. 2023.7.19.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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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인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김동혁 군 검찰단장이 사건 관련 기록이 없는 이른바 ‘깡통폰’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올 3월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면서 기존 휴대전화가 아닌 새 휴대전화를 제출한 바 있다. 공수처는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국방부 수뇌부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여부도 함께 수사 중이다.
● 장관 참모들도 ‘깡통폰’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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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보좌관은 채 상병이 순직하고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7∼8월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가 나서 조사 결과를 회수하고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줄였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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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박 전 보좌관은 공수처가 올해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할 때 새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공수처는 박 전 보좌관이 기존 휴대전화를 훼손하고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단장도 지난해 통화기록 등 사건 관련 기록이 지워진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7∼8월 자료들은 모두 삭제돼 있었다고 한다. 이 전 장관도 올 3월 주호주 대사로 출국하기 직전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면서 새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당시 이 전 장관 변호인은 “공직자들은 직에서 물러날 때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경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피의자들의 전화 수신·발신 내역과 시간대를 통신사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통화 녹취파일이나 메신저 대화 내역, 사진 등 구체적인 증거는 휴대전화가 있어야 확보할 수 있다. 공수처는 국방부 수뇌부가 핵심 증거 삭제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 ‘스모킹건’ 삭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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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김 단장이 삭제한 자료들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공수처는 김 단장이 지난해 8월 2일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조사 결과를 이첩하자 국방부 군 검찰단이 이를 회수해온 날이다. 공수처는 김 단장의 휴대전화에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녹취파일이나 메신저 대화 내역 등 증거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의 이전 휴대전화에도 주요 증거가 담겨 있다는 게 공수처의 분석이다. 지난해 7월 31일 박 전 보좌관은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공수처는 회의 후 대통령실과 박 전 보좌관이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이틀 뒤에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과 수차례 통화를 나눴다.
법조계에선 이들의 ‘깡통폰’ 제출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증거인멸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새 휴대전화를 낸 것을 넘어 기존 휴대전화를 훼손하고, 특정 날짜 자료를 삭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가 이뤄진다면 증거인멸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깡통폰 제출을 넘어 더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밝혀져야 체포 또는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보좌관은 동아일보에 “3년 가까이 사용해 성능상 교체 시기가 돼 교체한 것일 뿐”이라며 “(기존 휴대전화는) 훼손한 적 없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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