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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제주의 ‘클린도시’ 실험… 마트 종이상자 없애고 장례식장 일회용품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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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줄이기 나선 제주도

동아일보

2일 제주 제주시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가고 있다(왼쪽 사진). 제주시 재활용 도움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리하고 있다. 제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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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하고 펜션에서 2박 3일간 놀다가 올라가려고요. 이 장바구니는 펜션 주인에게 빌린 거예요.”

2일 오전 11시 제주 제주시의 한 대형마트. 연차를 내고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온 강승현 씨(33)는 천으로 만들어진 장바구니 2개를 카트에 실었다. 강 씨는 고기와 채소, 냉동망고와 음료수를 계산한 뒤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가 천 장바구니를 챙겨온 이유는 하나다. 제주도 대형마트에는 장 본 물건을 넣을 수 있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종이상자가 없다.

제주도는 2016년 9월부터 마트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 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상자를 모두 치웠다. 필요할 경우엔 종량제 봉투나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다. 또 부직포, 천으로 만들어진 장바구니를 500∼3000원을 내고 대여할 수 있게 했다.

상자 겉에 붙인 테이프를 제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버리는 일이 잦고, 상자 안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일이 늘어나자 제주시가 선택한 특단의 조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는 폐기물과 일회용품으로 고민에 빠진 가운데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 줄이기’에 성공한 제주시를 취재팀이 방문해 비결을 알아봤다.

○ 쓰레기는 발생부터 OUT

처음 자율 포장대에서 종이상자를 없앴을 땐 항의가 많았다. 제주의 한 마트 점장은 “‘다른 곳에선 주는 종이상자를 왜 여기만 안 주느냐’고 따지는 손님들에게 자연을 보존하자는 취지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과 시청에도 “왜 편리한 걸 없애느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항의가 거의 없다. 마트들이 종이상자 대신 대여하는 장바구니가 자리를 잡아서다. 실제 2일 마트에서 만난 쇼핑객 대부분은 카트에 장바구니를 걸고 장을 봤다. 제주도 관계자는 “늘어나는 인구와 폐기물 양을 보면 왜 종이상자를 줄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쓰레기는 처리도 중요하지만 발생부터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주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59만2249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69만2032명으로, 6년 만에 약 10만 명이 증가했다. 관광객도 2013년 10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1431만3961명이 제주를 찾았다. 생활폐기물도 2011년 764t에서 2017년엔 1312t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러나 이를 처리할 시설은 부족하다 보니 쓰레기 감축이 제주도의 최대 목표가 된 것이다.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장소 중 하나인 ‘장례식장’도 일회용품을 치웠다. 2일 오후 제주시에 위치한 부민장례식장 빈소에 마련된 주방에선 설거지가 한창이었다. 2016년부터 업계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일회용 종이컵, 젓가락 등을 모두 없앴다. 문덕선 부민장례식장 대표는 “2016년 컵 5000여 개를 한꺼번에 구입해 씻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장례식장 내 총 9개 빈소에서 한 달간 최대 27만 개의 종이컵을 썼다.

테이블에 까는 비닐, 일회용 그릇도 없다 보니 부피가 큰 쓰레기가 없어져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문제는 제주가 아닌 곳에서 일회용품을 보내올 때다. 장례식장 측은 “다른 지역에서 제주 사람이 상을 당했을 때 회사 로고가 적힌 일회용 그릇을 보내온다”며 “모두 정중히 말씀드리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 제대로 된 분리배출 유도

쓰레기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발생한 쓰레기를 제대로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은 섞이지 않게 같은 종류끼리 모아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선별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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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2006년부터 곳곳에 종이류와 캔·고철류,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할 수 있는 ‘클린하우스’를 설치했다. 아파트보다 다세대 주택이 많고,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제주의 특성상 재활용품을 쉽게 분리해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야 폐기물 처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폐기물 양이 급격히 늘어 클린하우스 내 수거함이 넘치는 일이 잦아졌다. 넘치는 재활용품 위엔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은 쓰레기들이 쌓였다.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작용한 셈이다.

이에 제주도는 2016년부터 시내 곳곳에 ‘재활용 도움센터’를 설치했다. 밀폐형 가건물에 언제든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배출할 수 있게끔 공간을 나누고 도우미 1명이 상시 근무하며 재활용품 분리를 돕도록 했다. 분리 배출이 헷갈리는 품목들은 도우미의 지원으로 제대로 분리하고, 수시로 주변을 정리하니 ‘센터가 생기면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는 지적 대신에 ‘우리 동네에도 설치되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아졌다.

이 같은 노력들로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일평균 폐기물은 2016년 5105t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4950t으로 줄었다. 제주도 측은 “제대로 분리 배출하면 그만큼 매립할 쓰레기 양이 줄어든다”며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나오는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할 방안을 계속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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