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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日기업 현금화조치 본격화…일본 "레이와 첫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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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재산 현금화가 집행되고 일본 정부의 대응조치가 이어지면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배상 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강제징용 피해자 중 생존자인 이춘식씨(가운데)와 유가족들이 일본 기업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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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일 압류됐던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일본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한ㆍ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날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달라고 각 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해당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확정판결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들 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이 이뤄진다. 1일은 일본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하며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 시대가 출발하는 날이었다. 동시에 19년 전 5월 1일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근로자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 손해배상소송을 처음 제기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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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현 의식'(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오코토바·お言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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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단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과 울산지방법원에 각각 신일철주금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PNR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와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7억6500만원 상당)에 대한 매각명령신청을 냈다. PNR은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와 국내에서 세운 합작법인 포스코-니폰스틸RHF이다. 대성나찌유압공업 역시 대성산업과 후지코시 합작사다. 이 주식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법원 승소로 올해 압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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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특위가 설치하려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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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명령신청이 알려지자 일본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김경한 주일 차석공사에게 전화해 “(한국 정부가) 일ㆍ한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협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가운데 원고 측에 의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움직임이 진행됐다는 것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NHK가 전했다. 주한 일본대사관도 외교부에 같은 내용의 항의를 했다고 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통화에서 “레이와 시대의 첫날인 오늘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은 일ㆍ한 관계에서도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기업의 자산을 실제로 매각한다면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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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한국 외교부는 이날 “강제집행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사법적 절차의 일환인바, 행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 만을 밝혔다. 단 익명을 요청한 외교 소식통은 “사법부의 판단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면서도 “한ㆍ일 관계를 개선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레이와’ 첫날이라는 점에서 공교로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일본이 향후 어떻게 나설지다. 앞서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항조치는 100개 안팎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관세 인상을 포함해 일부 일본 제품의 공급 중단, 비자 발급 제한 등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은 지난달 “일본 기업에 불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항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의 국제법 전문가들은 지난 2001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했을 때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처럼 일본이 유사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공 교수는 “전범기업 재산 압류를 핑계로 일본이 한국에서 필요한 반도체 부품 수출에 제한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김상진·김민상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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