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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국회의원도 헷갈리는 新선거제…소수정당 난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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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트랙 후폭풍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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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 공수처 설치 등 개혁법안이 29일 밤 우여곡절 끝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고 정계 개편 변수를 감안하면 최종 본회의 표결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의 기본 틀인 선거제 개편은 국회의원들조차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일반 유권자 국민의 민의 대변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돼 소수 정당이 난립할 경우 양당 체제에 익숙한 우리나라 정치 구도의 안정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의석수 300석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정당별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이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현행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도록 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선 정당 득표율 3% 이상 또는 지역구 의석 5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이어야 한다. 이른바 봉쇄 조항으로 불리는 요건이다.

비례대표 75석은 초과 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한 준연동형으로 배분한다. 먼저 전체 의석에서 정당 득표율에 해당하는 의석수를 각 정당에 배분한다. 예를 들어 A정당의 전국 정당 득표율이 30%라면 전체 의석수 300석 가운데 90석을 일단 산정한다.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 수만큼을 뺀 나머지 의석이 A정당에 비례대표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100% 연동률이 아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 절반만 배분한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60석을 확보했다면 90석에서 60석을 뺀 30석의 절반, 15석만 나눠준다는 얘기다. 이렇게 모든 정당에 의석을 1차로 배분한다. 75석 가운데 1차 배분하고 남은 의석은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 방식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나눠준다. 결과적으로 A정당은 지역구 60석, 비례대표 1차 배분에서 15석, 2차 배분에서 남은 27석의 30%에 해당하는 9석 등 총 84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 같은 선거법 개정안을 2016년 20대 총선에 적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석수가 크게 줄고 정의당 의석수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당시 123석을 얻었던 민주당은 17석 줄어든 106석, 122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13석 감소한 109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석수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의석 감소 때문이다. 반면 6석을 얻었던 정의당은 가장 큰 수혜를 본다. 9석이 늘어난 15석까지 차지할 수 있게 된다. 38석을 차지했던 국민의당은 60석으로 22석이 늘어난다.

정당별 비례대표 명부는 지금의 전국 단위 작성 방식에서 권역별 작성 방식으로 바뀌었다. 권역은 총 6개로 나눴다. 1권역은 서울, 2권역은 인천·경기, 3권역은 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 4권역은 광주·전남·전북·제주, 5권역은 대구·경북, 6권역은 부산·울산·경남이다. 각 정당은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자신들에게 배분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고, 권역별 명부 순서에 따라 비례대표를 결정한다. 정당별 열세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회생시킬 수 있도록 석패율 제도도 도입했다.

실제 지역별로 지역구 의석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수도권·영남·호남이 가장 타격을 받는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10석), 영남(8석), 호남(7석), 강원(1석) 순으로 지역구 감소가 컸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10석, 한국당 10석, 바른미래당 2석, 민주평화당 3석, 무소속 1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하한 기준인 유권자 15만3650명을 적용한 결과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2019년 1월 기준 지방자치단체별 인구와 현행 선거구별 인구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는 다소 다르다. 시도별 인구를 225석 기준 지역구 평균인구인 23만339명으로 나눈 지역구 숫자를 시도별 국회의원 정수로 산정한 결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10석이 감소하고 충청권 4석, 강원 1석, 호남 6석, 영남 7석이 감소했다.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석수 감소를 계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드는 동시에 지역구의 분구·통폐합이 이뤄지면 공천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대 한국당 등 여야 대결은 물론 자당 의원들끼리도 자기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구로 개편하는 '게리맨더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구 변화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소수 정당이라고 해서 이번 선거법 개정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농어촌 지역구 비율이 높은 민주평화당의 경우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전북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평화당 의원은 "전북에서만 지역구 3석이 줄어들 상황"이라며 "비례성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지역대표성에 대한 고려도 앞으로 충분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숫자는 적지만 결집력이 강한 극단적 지지층을 보유한 정당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봉쇄조항인 3%를 넘기면 군소 정당도 의석 배분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통폐합 위기에 있는 수도권의 한 지역구 의원은 "사실 이번 선거구제 개편으로 가장 득을 볼 정당은 개혁·진보 세력보다도 극우 정당일 가능성이 있다"며 "어떻게든 전국 득표율 3%를 달성할 경우 원내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표를 대거 동원하는 식의 전략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본회의 상정 전까지 정개특위 내에서 한국당과의 타협안이 새로 도출될 여지도 상당하다. 이 경우 75석의 비례대표 의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여야 4당 합의안보다 비례 의석수는 줄고 연동률도 작아질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지역구만으로 270석을 구성하는 자체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선거인단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까지 선거연령을 낮추면 올해 2월 기준 62만8750명이 새롭게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백상경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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