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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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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도 K무비…한국영화 관객 2억 세계 5위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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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100年 / ② 한국영화시장 빅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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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 조선인이 빼곡히 모여 앉은 이곳에서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와 다큐멘터리 '경성전시의경'이었다. 조선인이 주도해 조선인 필름으로 만든 두 작품 상영 순간을 영화사(史)는 '한국영화 원년'으로 기록한다.

올해는 이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한국영화 100년이다. 이 기간 한국영화 산업이 이룬 성취는 괄목할 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2018년 한국영화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영화 누적 관객은 2억1639만명으로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50.9%에 달해 8년째 절반을 웃돌았고, 매출액은 1조81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중국과 인도가 있다.

미국영화협회(MPA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 규모는 세계 5위다. 세계 영화시장 전체 규모인 411억달러 중 16억달러로 북미(119억달러), 중국(90억달러), 일본(20억달러), 영국(17억달러) 뒤를 잇고 있다. 이는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7위)와 프랑스(6위) 독일(8위) 등보다 높은 순위다.

한때 미국 직배영화에 잠식당할 뻔한 한국영화 산업은 이제 세계 각지로 영화와 극장을 수출하고 있다. 1988년 미국 영화 직접 배급이 시작돼 1993년 한국영화 점유율이 15.9%로 추락한 적 있지만 지금 상황은 반대다. 외화 수입국 신세를 딛고 영화 본산지 할리우드로까지 적극 진출 중이다.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 롯데컬처윅스, CJ ENM·NEW·쇼박스 등이 만든 한국영화는 매년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는 전 세계 6대륙 175개국에 선판매돼 한국영화 최다 선판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도 167개국에 판매돼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영화 해외 선판매는 201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주로 칸국제영화제 등 굵직한 세계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팔려나가는 경우다. '부산행'(2016·156개국), '악녀'(2017·136개국), '군함도'(2016·113개국), '신과함께 1·2'(2017·103개국) 등이 그 예다. 한국영화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이정하 콘텐츠판다 팀장은 "영화를 보지 않거나 일부만 보고서도 미리 사들일 만큼 한국영화를 향한 신뢰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감독과 한국영화의 세계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 1990년대 중반께 등장한 감독들이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결과다. 1961년 영화 '마부'(감독 강대진)가 제1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특별상을 받은 이후 후배 감독들의 영화제 활약상은 단연 두드러진다. 매해 2~3편 이상 칸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에 진출 중이다.

일례로 봉준호 감독은 7번째 장편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최근 확정 지었다. 유명 감독인 만큼 업계에선 '아가씨' 못지않은 선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윤희 CJ ENM 해외배급팀장은 "봉 감독 위상이 워낙 높기에 한국영화 역대 최고 선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은 이제 영화 본산지 할리우드에서 현지 영화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특명으로 CJ ENM이 지난해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과 함께 미국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현지 제작에 들어간 영화는 '배니시드' '하우스 메이드' '오로라' 등 10여 편으로, 50억~200억원대 중저예산 영화들이다. 이 회사는 니치마켓(틈새시장)부터 공략해 차차 메인 스트림 시장까지 뚫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콘텐츠뿐 아니라 극장 플랫폼 또한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주체는 기업 CGV와 롯데시네마다. CGV는 2009년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2011년), 인도네시아(2013년) 등에 극장을 수출했다면, 이후 북미와 터키, 미얀마로까지 저변을 넓혀 6개국 366개 극장(2665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중국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곳곳에 56개 극장(288개 스크린)을 보유 중이다.

CGV가 독자 개발한 첨단 상영관 4DX와 스크린X도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는 효자 상품이다. 촉각과 후각 등으로도 영화 체험이 가능한 오감체험관 4DX는 2009년 국내 1호가 설치돼 10년 새 60개국(612개 스크린)에 진출했다. 삼면상영관 스크린X도 2012년 도입돼 지난해까지 16개국(195개 스크린)에 이식됐다. 올해 상반기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첫 번째 한국 멀티플렉스가 세워질 예정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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