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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미발령교사 넘쳐나는데…사범대는 42개 → 46개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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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 가로막는 교피아 ④ ◆

매일경제

교피아의 본산인 사범대는 교육부의 지원으로 대학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며 숫자를 늘려왔고,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면서 교무실 안에서 정교사와의 차별 문제도 고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사립대 사범대학 건물에 위치한 임용고시반 전경.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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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2010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전국 대학 사범대 45곳 중 8곳이 A등급, 27곳이 B등급을 받았다. 청주대, 강남대, 관동대 등 나머지 사범대 10곳이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학과 전체 입학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하지만 이듬해 진행된 재평가에서 사범대 9곳이 B등급으로 올라서며 정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주대는 자체적으로 입학 정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해 재평가 대상에서 벗어났는데, 한문교육과를 폐지하는 대신 곧바로 국어교육과를 신설했다. 결국 교육부 평가로 정원을 감축한 사범대는 1곳도 없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임용 숫자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교원을 양성하는 기관인 사범대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칼날을 피해 가고 있다. 사범대 출신 교육부가 미온적인 사범대 구조조정으로 일관하면서 전반적인 대학 구조조정 와중에도 사범대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전국 42곳 대학에서 운영되던 사범대는 24일 현재 46곳으로 증가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한 교수는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교사 발령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범대는 대학평가에서 모두 살아남았다"며 "역시 사범대는 성역이라는 말이 교육계에서 회자됐다"고 말했다.

광복 이후 중등교사 양성을 책임지던 사범대는 1970년대 이후 일반 사립대에 사범대와 교직 과정이 생기고, 또한 교사 양성 기능을 갖고 있는 교육대학원이 설립되면서 정체성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1990년 헌법재판소가 "국립 사범대 졸업자들을 국공립 중·고교 교사로 우선 임용하도록 한 교육공무원법 제11조 1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교직이 개방됐다.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개설은 교원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존재했다. 하지만 교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굳건하던 사범대의 지위는 땅으로 떨어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인문대나 사회대, 자연대 출신으로도 중·고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사범대를 중심으로 한 교원 양성 시스템은 중·고교 학생들의 지식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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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대학과 교육부는 사범대보다 교원 양성 시스템의 '서자(庶子)'로 비유되는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 정원 감축을 통해 교원 수급 현황을 조절하고 있다. 2010년에서 2019년 전체 사범대 정원은 1만1048명에서 8900명으로 2148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 정원은 3만2179명에서 1만5495명으로 1만6684명이나 감소했다. 이덕환 교수는 "교육 현장은 다원화·전문화하고 있는데 교사 양성 시스템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의 틀에 안주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 소재 사범대의 한 교수도 "사범대 정원 감축은 수십 년 동안 굳건히 단결해온 사범대 교수들의 반발 속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 관료들의 사범대 재취업 또한 사범대 구조조정을 막는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사범대 소속 교수들도 사범대의 변화를 저지하는 방패막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서울 소재 사범대 교수도 "총장이 바뀔 때마다 사범대 교수들은 로비를 한다"며 "임기가 정해진 총장은 사범대 개혁을 하지 못하고 교육부 또한 사립대 사범대 정원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폐지 수순을 밟은 서울 소재 사범대의 한 교수는 "꼭 사범대를 나와야 유능한 교사라는 것은 옛말"이라며 "사범대 폐지를 비롯해 교원 양성 기관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 수는 630만9723명으로 전년 대비 15만8906명 감소했다.

■ <용어 설명>

▷ 교피아 : 교육과 마피아를 합성한 말. 고도 성장기 때 교육계를 장악한 사범대 출신을 의미하다가 최근에는 교육부 전·현직 관료와 사범대 출신을 아우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정석우 기자 / 원호섭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유신 기자 / 윤지원 기자]

[반론보도] "미발령교사 넘쳐나는데…사범대는 42개→46개로 늘렸다" 관련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2019. 4. 25. "미발령교사 넘쳐나는데…사범대는 42개→46개로 늘렸다"라는 제목으로 "교원양성기관 정원 감축 정책에 따라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 정원은 줄고 있으나 교육부 사범대 출신 관료들 영향으로 사범대는 오히려 그 숫자가 네 곳이나 증가하고 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도 정원을 줄이지 않는 등 사범대만 구조조정을 피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육부는, 2009년 이후 사범대는 단 한 곳 증가하였고 총 정원은 감소하였으며, 평가결과 C등급을 받은 대학은 사범대도 정원을 감축하였고, 교원양성기관 정원감축은 사범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에 대하여 동일한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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