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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거침없이 진실에 다가가 임기 안에 세월호 진상규명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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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장완익 사회적참사조사위 위원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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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와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를 동시에 말한다. 두 명제는 모순처럼 보인다. 침몰하지 않은 건 인양할 수 없고, 인양할 수 있는 건 이미 침몰한 것이라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것은 ‘진실의 불가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의 긴장감’을 자극하는 역설로 해석하는 게 맞는다. 실제로도 진실은 미리 확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 추구의 과정을 거쳐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정식 이름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다. 독임제 기관이 아닌 합의제 위원회다. 진실 추구에서 일사불란함은 미덕이라고만 할 수 없다. 진실에 대한 긴장과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때론 더 귀하다. 앞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체조사위)는 내부 갈등이 심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엔 사참위와 별도로 검찰과 군검찰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만들라는 요구가 높다. 사참위는 긴장과 차이를 진실의 화음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장완익 사참위 위원장을 만나 진실 추구 과정을 탐문했다. 만남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막 지난 18일 서울 중구 사참위 위원장실에서 이뤄졌다. 장 위원장은 쉽게 단정 지어 말하기보다 여러 측면을 아우르고 종합해서 말했다. 선장보다 지휘자에 가까운 위원회의 책임자로서 맞춤한 화술 같았다. 그는 딱 두번 잘라 말했다. 세월호 망언을 한 정치인들에 대한 소회를 물었을 때 “입에 담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다음은 사참위에서 자신의 소명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였다. 그의 답은 “거침없이 하겠습니다”였다.



한겨레

―무엇을 거침없이 하겠다는 뜻입니까?

“이제는 진실을 밝히는 데 거침이 없어야 합니다. 세월호에 관한 한 세월호특조위(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에 이어 사참위가 3기인 셈입니다. 진실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서 주어진 활동 기한 안에 목표에 도달해야죠. 다른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처럼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참위의 목표 지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입을 열었다. 세월호가 아니라서 다소 뜻밖이었다.

“우리 위원회 명칭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먼저 나옵니다. 이 문제는 처음보다 목표 수준을 크게 높였습니다. 지금 저희 조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조사 방향과 대상을 조정해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이 만족할 만한 조사 결과와 대안을 내놓겠습니다. 어느덧 우리 삶에 심각한 위협이 돼버린 생활화학물질 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지요?

“세월호는 진상규명을 마무리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봐서 침몰 원인, 구조 실패 원인, 정부 대응 잘못, 정보기관 개입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합니다. 종합보고서에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과 입법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그만큼 보고서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앞선 활동들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세월호특조위는 공작 수준의 방해 속에 활동 기간 연장이나 법 개정·시행령 싸움같이 조사와 무관하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더라도 활동 기간이 제대로 보장됐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었을까, 또 보장이 안 된 채로 어디까지 더 할 수 있었을까 짚어볼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세차례 청문회에는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집약돼 있습니다. 해경이 구조를 못 했는지 안 했는지 등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밝혀낸 게 있고요. 그걸 토대로 특검 요청을 곧바로 했는데 국회에서 무산된 것은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때 특검을 했더라면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선체조사위 때는 조사 방해 같은 건 없지 않았나요?

“역시 조사 기간이 짧았고, 무엇보다 미수습 희생자를 찾는 일이 급했습니다. 심지어 조사 기간이 끝나고 보고서를 써야 할 때가 돼서야 선체가 바로 세워졌습니다.”

―침몰 원인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지 않나요? 종합보고서 서문을 보면 사실상 ‘내인설’(조타장치의 핵심 부품인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을 비롯한 여러 선체 내부 요인들이 합쳐져 침몰했다는 종합적 인과 분석)을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본문에서는 내인설과 ‘열린 안’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당시 조사위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고, 내인설을 지지하던 조사위원 중 2명은 조사 과정에서 중도에 하차했다.)

“내인설과 ‘열린 안’은 결론이 나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열린 안=외력설(선체 외부의 충격이 침몰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라기보다 내인설로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더 조사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사실 열린 안 쪽 조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세월호특조위, 선체조사위 이은 ‘3기 활동’
다른 과거사 활동처럼 길어져서는 안될 것
종합보고서엔 정책 및 입법과제도 담아야


침몰원인 조사, ‘내인설’ 입증부터 할 계획
내부자 제보하면 사면 건의·보상금 지급
가습기 살균제 해법은 수시로 내놓을 터


―사참위는 침몰 원인과 관련해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양 갈래로 다시 조사하게 되나요?

“선체조사위의 종합보고서를 토대로 조사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우선 선미 좌현의 스태빌라이저(수평 꼬리날개)가 손상된 원인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손상이 침몰하면서 해저 바닥에 닿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저면 상태에 대한 지질조사부터 해야겠지요. 그걸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 가설이 입증되면 외력설을 조사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반면, 가설이 틀렸다고 나오면 시나리오뿐인 외력설의 망망대해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외력의 물리적인 실체까지 규명하는 건 어렵겠지요.”

―사참위가 지난달 디지털영상기록장치(DVR)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해서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검찰에 수사 의뢰는 했습니까?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만한 정황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사 의뢰는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전원위원회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당시에도 전원위에서 신중하게 발표를 결정했고, ‘중간조사 결과’로 부를지 ‘중간조사 내용’으로 부를지 논의를 거쳐 결국 ‘내용’으로 정했습니다. ‘결과’로 부르기엔 조사가 아직 더 이뤄져야 한다고 본 거지요. 제보자를 찾는 절박한 심정으로 발표를 한 겁니다.” (그러나 발표를 옮긴 언론 보도는 결과적으로 ‘내용’을 ‘결과’로 확정하는 효과를 낳았다. 인터뷰 뒤인 22일 사참위 전원위는 검찰 수사 의뢰를 의결했다.)

―최근 세월호 가족들과 연대 단체 중심으로 ‘특별수사팀’을 요청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습니다. 사참위의 입장은 뭔가요?

“공식적인 입장은 없습니다. 행정부처가 아닌 독립 위원회로서 다만 지켜볼 뿐입니다. 청와대에서 답변할 문제입니다.”

―특별수사팀이 만들어지면 사참위와 혼선이 빚어질 우려는 없을까요?

“관계 설정이 모호해질 수도 있겠지만, 가습기 살균제처럼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찰과 군검찰에는 강제수사권이나 압수수색권이 있어서 우리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조사에도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만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생기고요. 다만 검찰 속성상 협업을 잘할지는 모르겠네요.”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한다’는 의혹을 받던 검찰과 군검찰에 특별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다소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믿음이 가서 그러는 거라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구조 실패와 관련해 세월호 가족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처벌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사참위의 밑그림이 있나요?

“전제를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초 단위부터 조사해야죠. 사고 현장의 해경부터 시작해서, 선원들도 다시 조사해야 하고, 해경 고위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그때 왜 그랬는지를 밝힐 수 있고, 그걸 토대로 그다음 조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 좀 꼭 홍보해주세요. 자신이 연루돼 있어도 진실을 밝히면 우리가 사면 건의도 할 수 있고, 보상금도 최고 1억원까지 지급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진실을 말해줄 제보자가 필요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에 집중할 계획인가요?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쪽과 세월호 쪽 인력을 진상규명뿐 아니라 안전사회, 피해자 지원까지 거의 똑같이 나눴습니다. 피해자 규모로는 오히려 세월호보다 훨씬 큽니다. 더구나 피해자나 유족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올해 피해 가정 조사를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200가구를 할 계획입니다. 피해자 인정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법과 제도에 반영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지금도 피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위원회에서 합의점이 나오면 활동 종료 이전에라도 그때그때 추진하려고 합니다. 기업도 따르고 정부도 따를 수 있는 모범안을 종합보고서에 담겠습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세월호 참사 5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려 보였다. 감성만 앞세운 채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는 건 ‘지적 게으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진실에 대한 긴장도 이완될 것이다. 장 위원장은 “수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하루하루 엄중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사참위가 진상규명을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오케스트라가 진실의 화음을 빚어내길 바란다. jona@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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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익은 누구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무료변론


장완익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지난해 3월 사참위 위원장에 임명되기 전에는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변호사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덕우 전 민주노동당 의장 등이 해마루 출신이다. 장 위원장도 변호사로서 ‘본업’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위원(2004~2006)에 이어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2006~2010)으로 활동했다. 1기 세월호특조위에서 비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그의 소송 활동도 여느 변호사들과는 차별성이 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무료 변론했고, 그 공로로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공익대상을 받았다. 제주4·3사건 수형인 피해자 재심 소송, 한센인 인권침해 회복 활동,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활동 등 우리 근현대사에서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법률 지원에 참여해왔다. 주로 진실을 ‘대변’하던 과거 활동에 견줘 사참위 위원장은 진실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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