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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스리랑카 “최악 테러, 이슬람 극단세력 소행”…열흘 전 첩보에도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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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변인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배후”

“작은 조직이 모든 테러 저질렀다 보지 않아

…국제조직 연계, 자살테러범 모집 수사 중”

경찰, 미리 첩보 입수해 경고…책임공방 일듯

스리랑카는 다종교·다민족 섞인 용광로 국가

불교도-힌두교 갈등으로 26년간 7만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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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인 21일 8건의 연쇄 폭탄테러로 290여명의 목숨을 빼앗고 500여명을 다치게 한 스리랑카 테러를 저지른 세력으로 스리랑카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지목됐다. 스리랑카 정부와 경찰이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열흘 전 입수하고도 최악의 테러를 막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스리랑카 정부의 라지타 세나라트네 대변인은 22일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세나라트네 대변인은 또 “국내의 작은 조직이 모든 범행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들을 지원한 국제 세력이 있는지와 조직적 연계 여부, 자살 테러범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폭탄은 어떻게 확보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극단주의 단체 소속 2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테러 발생 열흘 전인 이달 11일 스리랑카 경찰 수장이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교회들과 고위 인도 외교사절들을 겨냥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통보했다”는 경고를 발령한 사실도 <아에프페>가 입수해 보도한 정부 문건으로 확인됐다.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는 극단주의 단체라는 정도 외에 자세한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으며, 지난해부터 불상 파괴 등의 행위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세계적 지하드(성전)를 스리랑카에 확장해 증오와 두려움을 키우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의 지도자 압둘 라직은 인종주의를 선동한 혐의로 2016년 체포됐다.

22일 저녁까지도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조직들이 테러 직후 범행을 주장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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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불교(전체 인구의 70%)·힌두교·이슬람교·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용광로 같은 국가다. 이런 복잡한 구조 때문에 1983년부터 26년간 내전이 이어져 7만여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2009년 5월 내전 종식 뒤 상대적으로 안정된 치안을 바탕으로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진해왔다. 그만큼 외국인들과 기독교도들을 표적으로 10여년 만에 발생한 대형 테러에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스리랑카 법무부는 2016년 11월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스리랑카인이 총 32명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스리랑카 <데일리 뉴스>의 랄리트 알라하콘 편집장은 “만약 이슬람 조직이 기독교도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면, 이는 완전히 국외에서 가져온 사상”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내부의 첨예한 갈등이 극단주의 세력에게 토양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리랑카 기독교인들은 인구의 7%에 불과하지만 부유층이 많아 다른 계층으로부터 질시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아쇼크 베후리아 인도 방위연구소 연구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서만 벌써 13개 교회가 35차례나 불교도들의 습격을 받았다”며 “일부 승려들이 소수파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사회 전체에서 불관용이 확산되는 경향이 도드라졌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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