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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자본주의가 나라 망친다"…美 엘리트들 '자각과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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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칸나 의원 "사회주의자 샌더스 지지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선 '자본주의 반성수업' 인기

뉴스1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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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자본주의가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는 불평등과 분노의 원인이라는 자각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가 대통령 후보들의 '화두'로 자리잡았고 수년 전만 해도 미국이 믿고 있던, 기업이 성장해 그 과실을 사회가 나눠가진다는 가치에 균열이 늘어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P는 자본주의에 의해 막대한 부를 쌓은 억만장자들까지도 자본주의의 폐해를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들이 위기감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약점을 드러낸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이라 볼 수 있지만 더 확실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그것으로 드러난 일반인들의 억눌린 분노를 실감하면서였다.

지난해 12월 뉴욕주 이타카에 자신의 이름을 딴 클라르만 홀을 연 미국 투자가 세스 클라르만 바우포스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개관식에서 (부유한) 청중들에게 "가능한한 적은 돈을 주고 고용인들을 부려먹거나, 고용인들과 함께 당신이 열심히 일하는 것, 좋은 노동 조건을 유지하거나 가혹한 조건을 만드는 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해 어려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고찰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난하면서 무분별하게 뜯어고치려는 이론가들로부터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불과 5개월이 지나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후보자들은 몇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관세, 재산세, 기업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입장을 표방하고 나섰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레베카 헨더슨 교수는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자본주의 재이미지화'(reimagining capitalism)라면서, 7년 전에는 불과 28명이 이 강의를 들었지만 현재는 300명 가까이 수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는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기업과 정부에 대한 태도가 점점 냉소적이 되어간다고 밝혔다. 또 이들 학생 가운데 수십명은 방학 동안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의 '승자독식: 세상을 바꾸겠다는 엘리트의 가식'을 읽었다고 전했다.

'승자독식'은 미국의 억만장자 계급을 공격하면서 미국의 자본가들이 그들의 부와 창의성을 이용하여 사회 계층간 분열을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주장하는 책이다.

기리드하라다스는 클라르만홀에서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해 "페이스북이 전염병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비꼬았고,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 시대의 관념인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낡은 체계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과실을 널리 나눌 것'이라는 관념을 통렬히 비난했다. 그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를 비난해 대선 출마를 좌절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로 칸나(캘리포니아)의원은 기술기업들이 미래를 창조할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있지만 실은 이들 기업들이 자본주의 붕괴에 일조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은 기술 기업가들이 큰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장 없이도 거대한 글로벌 기업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 결과 기술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국이 점점 인종적으로 다양해지고 백인들이 우월한 지위를 빼앗기면서 인종적 긴장에 의한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보는 많은 민주당원들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칸나 의원은 인종이 아닌 자본주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불균형 악화와 기회의 부족을 문제로 드는 그에 대해 인종적 분노를 과소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칸나 의원은 인종 차별 문제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처럼 국가의 분열을 주로 자본주의 단점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샌더스 의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가 찾을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라면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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