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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스리랑카 테러 사망자 290명” 기독교계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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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부활절인 21일 발생한 스리랑카 연쇄 폭발 현장 중 한 곳인 수도 콜롬보 북부 네곰보 소재 성 세바스티안 성당 일부가 파괴돼있다. 네곰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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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290명이 숨진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스리랑카 당국이 테러 배후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2일 오전(현지시간)까지도 아직 테러 배후를 자처한 단체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스리랑카 내에서는 소수집단인 기독교계와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특급 호텔이 이례적으로 테러의 주요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현지 경찰을 인용 "이번 연쇄 폭발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290명으로 늘었고 5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현재까지 용의자 24명을 체포했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장관은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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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 연쇄 폭발 현장 중 한 곳인 수도 콜롬보 성 안토니오 성당 앞에 차단선이 쳐진 채 군이 주변을 지키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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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은 국제테러조직과의 연계성 등도 배제하지 않았으나, 이번 연쇄 폭발은 현지인에 의한 종교 관련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테러 배후와 관련해서는 의문이 크다. 교회 등이 주요 공격 타깃이었으나 기독교계는 2009년 종식된 스리랑카 내전 때 분쟁 당사자가 아니었고, 특급 호텔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스리랑카 종교 분쟁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1983년부터 2009년까지 불교도 싱할라족과 힌두교도 타밀족이 26년간 벌인 내전으로 10만명 이상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 갖고 있다. 스리랑카 당국이 2012년 실시한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70.1%가 불교, 힌두교가 12.6%, 무슬림이 9.7% 그리고 기독교가 7.6%를 차지한다. 불교도-힌두교 간의 내전 과정에서 소수파인 기독교계는 갈등의 한 축이 아니라 오히려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번 테러의 대상이 된 점이 미스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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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교회에서 부활절인 21일 폭발이 발생해 내부가 부서져 있다. 스리랑카 교회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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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로이터통신은 최근 들어 급진 불교 세력 등이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0개 이상의 현지 교회 및 기독교 단체를 대표하는 스리랑카의 전국기독교복음연맹(NCEASL)에 따르면 지난해만 기독교도를 상대로 하는 차별, 위협, 폭력 행위가 86건 발생했다. 스리랑카의 불교도, 힌두교도, 무슬림 등은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에 식민지배를 당한 탓에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에는 기본적으로 적대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조직이 이번 공격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IS 관련 테러는 2016년 이후 스리랑카에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들이 이슬람 급진 국제테러조직의 현지 조직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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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스리랑카 6곳 연쇄 폭발. 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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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리랑카 경찰은 이날 정보당국이 여러 테러경고 정보를 무시하다가 이번 연쇄 폭발에 대비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 CNN은 이미 열흘 전 스리랑카 경찰이 이슬람 과격 단체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푸쥐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관련 당국자들에게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가 콜롬보의 인도대사관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급진주의 단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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