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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이러니 중국에 미세먼지 큰소리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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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회원 10만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 '미세 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에는 "이러니 중국한테 (미세 먼지 줄이라고) 큰소리 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기업들이 저런 짓을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는 글도 보였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지난 17일 환경부가 발표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 배출량 조사 결과 때문이다. 환경부는 미세 먼지 생성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 대행업체 4곳을 적발했고, 이 업체에 측정을 의뢰한 기업 235곳 가운데 6곳은 공모 혐의로 검찰에 넘겼는데 대기업인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포함됐다.

일부 업체들이 암암리에 배출량을 조작할 것이라는 의심은 있었지만, 설마 했던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친환경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는 대기업들이 미세 먼지 생성 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국민이 다 그렇겠지만, 대기업을 믿었던 지역 주민들은 특히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2013년 조사에서 여수산단 공장의 1급 발암 물질 염화비닐(PVC 원료) 배출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5만1325㎏에 달하자 "2016년 상반기까지 염화비닐 배출량을 50% 이상 줄이겠다"고 했다. 염화비닐 배출량은 2016년 2만655㎏으로 약속대로 반으로 줄었지만,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측정 대행업체와 공모해 배출량을 조작한 것에 불과하다.

환경부 발표 이후 해당 기업들은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LG화학은 연간 8만t, 매출 1000억원에 달하는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 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에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친환경 캠페인이나 기부 등 사회 공헌 활동과 계열사 공장 관리 업무가 분리돼 있는 만큼 대기업이 앞과 뒤가 다르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여수산단 배출량 조작은 연루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LG화학 등 6개 기업 외에도 추가로 25개 기업이 측정 대행업체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적발 사례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감사원과 함께 전국 일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GS칼텍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여수산단의 다른 대기업들이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업체들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관련해 조사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배출량 조작에 대해) '부당한 지시 때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 측정 결과 거짓 기록 때 과태료 500만원 이하 또는 경고 및 조업 정지'라는 현행 처벌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채성진 기자;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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