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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사설] 폭 넓어진 ‘헌재’,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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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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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우즈베키스탄 방문 중에 전자결재로 문형배, 이미선 두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로 무엇보다 독립성 보장이 중요한 헌재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건 안타깝다. 그럼에도 두 재판관의 임명으로 헌재의 인적 구성이 한층 다양해진 점은 의미가 크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탄생한 헌재는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기관이다. 그 책임에 걸맞은 재판관 구성이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국민의 자유와 평등, 존엄을 대변하려면 특히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의 재판관 구성은 지나치게 획일적이었다. 역대 재판관 50명 가운데 여성이 4명, 지방대 출신도 4명, 임명 당시 40대는 1명에 불과했다. 헌재가 대법원과 더불어 ‘서오남’(서울지역 대학, 오십대, 남성) 독점 체제로 불린 이유다.

이미선 재판관은 과다 주식보유로 논란을 빚었지만 40대 여성에 지방대를 졸업했다. 여성과 아동, 노동자 인권에 부합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재판관 임명으로 헌재는 여성 재판관 3인 시대를 맞았다. 문형배 재판관은 27년의 판사 생활을 지역에서만 한 ‘향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주류 엘리트 출신이 아닌 두 재판관의 임명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를 완화하는 결정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물론 이 정도로 헌재의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재판관의 남녀 비율은 대등한 수준까지 가는 게 바람직하다. 20~30대 젊은층을 고려해, 재판관 나이도 지금보다 더 젊어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게 헌법재판관 구성의 전체적인 밑그림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미선 재판관 임명에 반발해 주말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고 한다.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의사당 밖으로 뛰쳐나올 사안인지 의문이다. 최근 조사에서 이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엇비슷하게 나왔다. 그렇다면 그의 헌재 진입에 따른 ‘다양성 강화’란 측면에 좀더 무게를 실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을 더이상 정치쟁점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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