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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트럼프, 수사개입했지만 위법아니다"…석연찮은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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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본인 뒷모습과 함께 "게임은 끝났다"는 문구가 크게 들어가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는 미국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이미지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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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를 끊임없이 방해하려고 한 시도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밝혀지면서 미국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 측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공모해 대선에 개입한 사실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밝히자 "게임 끝(Game Over)"이라며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448쪽 분량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의 해임을 시도하고,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에게 특검 수사에 개입하라며 계속 압박하다 결국 해임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법 방해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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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이 2017년 5월 선임되자 '끔찍한 일'이라고 탄식한 뒤 특검 임명이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당시 법무장관 대행을 맡고 있던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에게 연락해 '뮬러 특검이 이해 충돌 문제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맥갠은 뮬러 특검의 해임 지시를 거부하며 자신의 사표를 제출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특검을 해임한 이후 정치적 파장으로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토요일 밤의 대재앙'을 다시 한번 촉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특검 해임 지시를 잇달아 보도하자 백악관은 이를 '가짜뉴스'라며 일축하고 2018년 1월 맥갠에게 관련 보도를 부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맥갠은 이를 다시 거부했다. 맥갠은 결국 2018년 10월 17일 공식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에 관여하라고 윽박지르다 결국 그를 해임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특검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며 2017년 3월 '셀프 제척'을 선언한 세션스 전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했고, 세션스 전 장관도 이에 동의한 뒤 다음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사직서를 돌려줬지만 세션스에게 특검 수사에 관여하라고 계속 압박했다. 2017년 10월에는 회의에서 세션스에게 셀프 제척 결정을 뒤집는다면 "영웅이 될 것"이라며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메일 관련 건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세션스는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7일 트위터로 경질을 통보받았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고 과정도 상세히 공개됐다. 2017년 5월 3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상 대답을 피한 코미 장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표한 뒤 5일 코미 국장의 해임통지서 작성을 지시했다. 맥갠 고문 등 참모들은 해고하기 전에 코미 국장의 사표를 받아들이라고 권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전격 해고를 결정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백악관은 법무부에 코미 국장의 해고 결정이 로즌스타인 부장관 생각이었다는 거짓 성명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뮬러 특검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 행위를 한 것에 대해 혐의가 있는 건 맞지만 여러 가지 법률·행정적 제약 때문에 기소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보도했다.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법무부 측이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이와 별개로 연방정부의 형사고발은 대통령 권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대통령은 수사를 통제하려는 일련의 행위에 관여했다. (하지만)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대통령의 노력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주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그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그의 요구에 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하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졌다면 우리는 그렇게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며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적용 가능한 법률 조항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우리는 사법 방해에 대해 무혐의라는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지난 대선에서 공모한 것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많은 접촉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선거 개입을 공모하거나 조율한 사실을 밝힐 만한 충분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 측은 트럼프 대통령 대면 수사를 추진하면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고, 특검 수사도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대면 수사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지난 선거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트럼프 당선에 도움이 된 것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에 민주당은 즉각 공격에 나섰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민주당)은 "보고서가 불완전한 형태(편집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와 다른 위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충격적인 증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며 "진상을 파헤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법사위는 다음달 2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뮬러 특검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상원 법사위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도 보고서 원본 공개를 촉구하며 바 장관이 진행 중인 여타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포스터 이미지와 "게임 끝"이라는 문구를 올리며 자축했다. 루디 줄리아니 등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도 성명을 내고 "특검 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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