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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국가 에너지大計 ‘원자력’ 빼놓고 ‘신재생’ 타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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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에너지 최상위계획인데, 뚜껑을 열어보니 국가의 ‘에너지기본계획’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안’이다. 중국집 갔는데 엉뚱한 비빔밥이 나온 격이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전은 논란을 피하고자 최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렇다 보니 탄소저감 목표나 에너지믹스(발전원별 비율·energy mix)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향후 20년간 국가 에너지 대계의 토대가 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공청회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정부안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기준 7.6%에서 2040년까지 30~35%로 대폭 늘리고, 미세먼지·온실가스 문제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은 과감하게 감축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에너지기본계획의 가장 큰 의미는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측면에서의 적절한 장기 에너지믹스를 제시하는 것인데 신재생에너지 계획만 자세히 쓴 희망사항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원자력을 배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비즈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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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빠져

에너지기본계획은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철학과 비전, 목표와 추진전략을 제시하는 큰 틀의 종합 계획이다. 에너지원별 관련 계획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만 상세하고 원자력,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원자력발전 비중은 에너지기본계획 1차에서는 41%, 2차에서는 29%라고 명시했지만, 이번에는 언급이 없다. 1~2차 계획과 이어지지 않은 3차 계획인 것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기본계획안 보도자료에는 원전에 대해 ‘에너지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과제 중 ‘전통에너지산업 고부가가치화’ 항목에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해 핵심 생태계 유지를 지원하고 원전해체, 방사선 등 원자력 미래 유망분야를 육성한다"는 게 전부다. 발표자료의 에너지기본계획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에는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이라는 한 줄짜리 내용만 적혀있다. 석탄발전 감축은 언급되었지만, 이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서의 원전 필요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정범진 교수는 "국가의 최상위에너지 계획을 재생에너지 확대 이행계획 수준으로 격하시킨 모욕적인 계획"이라며 "녹색성장기본법은 화석연료 절감이 기본 원칙인데 이에 대한 내용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대선 때 정해진 탈원전 정책을 ‘절대선’, ‘불가침’ 영역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며 "탈원전이라는 꼬리가 에너지 정책 몸통을 뒤흔드는 것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언급도 없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3차 계획안에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제시되지 못한 것은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에 담긴 2030년 온실가스 추가 감축량 3410만t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감축 목표를 제시하려면 원자력,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발전원별 비율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탈원전 정책하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안이 "실행가능성 없는 정부의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신재생 2040년 30~35%…"비현실적 목표"

전문가들은 현재 사실상 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제시한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지적했다. 2013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5년 7.5%, 2035년 11%를 제시했다. 2017년 말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전환정책이 추진되면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한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시스템·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도 되지 않았고 지난해 5월부터 전국에서 연달아 발생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여파로 올해 1분기 신규 ESS 발주는 0건이다. 아직 화재 원인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정부는 지난 연말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내놓기로 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안이 4개월이나 늦어졌음에도 목표달성에 따른 문제점과 해법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 발전 감축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은 연말 발표 예정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겠다"고 했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국회보고,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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