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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美셰일·OPEC 진검승부, 최후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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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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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혁명을 앞세운 미국과 감산으로 맞서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여기에 가세한 러시아(OPEC+)의 대결 승자는 누가 될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금은 OPEC+가 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은 점점 미 셰일석유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 당장은 OPEC+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며 이 줄다리기에서 이기고 있는 듯 보인다.

유가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 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갈팡질팡 하는 사이 유가는 연중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감산으로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OPEC+가 현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OPEC+는 감산을 통해 석유소비국들이 석유재고를 쌓는 것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 막대한 석유재고가 그동안 유가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OPEC+는 올들어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시작했고, 6월까지 감산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후 연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덕분에 유가는 올들어 30% 넘게 뛰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그렇지만 올 후반 흐름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의 셰일석유가 올 하반기 또 다시 시장에 막대한 물량을 쏟아낼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산유량이 2배 급증한 미 셰일석유는 송유관 3개가 올 후반 개통을 앞두고 있다. 미 셰일석유 업체들은 그동안 마땅한 운송 수단이 없어 셰일 석유를 캐내는데 제한을 받아왔다.

하반기 미 셰일석유 출하가 급증하면 세계 석유시장은 다시 유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OPEC+가 6월에 감산 연장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OPEC+의 감산으로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그 혜택은 주로 미 셰일석유업체들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유가 움직임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어려운 OPEC+와 달리 셰일석유는 유가에 따라 신속한 증산, 감산이 가능하고, 이때문에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뛰면 셰일석유는 곧바로 공급이 늘어 유가 상승분 상당분을 미 셰일석유 업체들이 독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세계 석유시장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게 미 셰일석유인 것이다. HSBC의 석유·가스 리서치 책임자인 고든 그레이는 OPEC+와 미 셰일석유간 다툼은 '줄다리기'라면서 신속대응 측면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셰일석유는 세계 석유생산 과반을 차지하는 OPEC+에 비해 생산주기가 훨씬 짧고 가격 대응력도 훨씬 높다"면서 "게다가 이제 미 셰일석유는 전세계 공급의 10%를 넘게 차지한다"고 말했다.

'줄다리기'에서 누가 이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석유재고는 올 후반 미 셰일석유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석유재고는 올해 5300만배럴 늘어 29억15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평균치를 웃도는 재고 규모로 유가하락을 압박하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손익분기점 유가에서도 미 셰일석유에 크게 밀린다. 석유수출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들 OPEC+는 손익분기점 유가 기준이 생산비가 아닌 재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손익분기점 유가는 배럴당 73달러다. 사우디가 재정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올해 평균유가가 배럴당 73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 셰일석유는 훨씬 낮은 가격으로도 이윤을 낼 수가 있다.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의 로이 마틴 애널리스트는 손익분기점 유가가 배럴당 53달러라고 보고 있다. 또 바클레이스는 하루 50만배럴 이상의 산유량 증가를 지속하려면 배럴당 60달러 정도 유가로 충분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한편 EIA는 내년이 되면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주일 정도의 짧은 에너지 순수출 상황이 내년부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달 세계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 셰일혁명 2차 조류가 몰려오고 있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5년간 전세계 석유생산능력 확대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OPEC에 따르면 미 산유량은 올해 하루 140만배럴 증가해 하루 평균 1240만배럴에 이르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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