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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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회계감사제도에 대해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회계사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졌고 비용이나 업무부담이 한꺼번에 늘었다는 것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6년(사업연도 기준) 12곳에 그쳤던 감사의견 거절은 이듬해 21곳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36곳이 퇴짜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신외감법 탓이다.
예전에는 경미한 회계오류의 경우 고의가 아니라면 경징계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신외감법은 상한이 없는 손해배상에 형사처벌까지 가하도록 규정해 놨다. 회계사들도 감사의견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등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회계감사라 하기 어려운 현상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A사 관계자는 “지난번 감사 때 회계법인이 한번에 300개나 되는 요청자료를 요구했다”며 “자료를 회신해주지 않아 감사가 지연된다고 채근했는데 자료 상당수는 회계감사에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것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사에 투입된 신입 회계사들이 요구하는 자료가 특히 그렇다”며 “어떨 때는 회계감사가 아니라 고참 회계사가 신입을 교육하는 실습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B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지분투자 회사의 장부가치를 전년 수준으로 반영했더니 외부평가서를 요구했다”며 “감사인이 아닌 회계법인의 평가서를 제출했더니, 또 다른 회계법인을 지정해 받아오라 해 중복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초에 회계법인을 짚어 줬으면 시간이나 비용을 아꼈는데, 막상 물어보면 답을 안한다”며 “자산평가에서도 그간 사용해온 할인율을 무작정 인정하지 못한다며 블룸버그 공시금리로 변경하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투성이였다”고 토로했다.
충당금 설정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회계법인이 인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면 처리가 쉬운데, 이 대신 “보수적으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이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이 확정되지 않으니 재무제표 전체가 뒤바뀌는 현상이 되풀이된다. 특히 신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회계감사에서 어려움이 컸다.
C사 관계자는 “5G 이동통신 신규장비를 개발해 20억원 제품을 미리 만들고 원자재 7억원이 있었다”며 “1개월 후 납품계약 체결이 가능한데 18억원을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잡으라 해서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제시한 판매계획은 믿지 않고, 오히려 납품업체 확인서를 요구했다”며 “할 수 없이 18억원 손실을 반영하며 적자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회계법인 의견 한줄로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선 반박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수적인 회계처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찍 잡아놓은 충당금은 문제가 없으면 다음 사업연도에 환입되고 재무제표도 개선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될수록 기업의 계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자금조달 등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부실을 은폐하는 분식회계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가치를 할인하는 역분식도 중대한 오류”라며 “무엇보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안정적인 전망이 가능해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사와 관련해 늘어나는 기업들의 경비부담도 문제다. 코스닥 기업들이 회계법인 감사에 지출한 평균경비는 2017년 74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보이고 올해는 이보다 19% 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계법인 경비는 △신외부감사법 도입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회계사 인건비 증가 △표준감사시간 확대에 따른 비용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준환 기자 abcd@,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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