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와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논박이 오갔지만 다른 은행들은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특혜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임대수익이 이자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기준이 강제 적용되던 때가 아니었던데다 은행마다 자체 한도를 정해 RTI 규제를 초과하는 대출을 내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이 전체 신규 대출의 30%에 대해 RTI 넘어도 대출을 내 준 것과 비교할 때 국민은행 기준인 10%는 오히려 ‘빡빡한’ 편이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금융감독원은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열흘 넘도록 사건을 쥔 채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11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공을 넘겼다.
금감원에서 특혜 여부를 판단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을 것이다. 검사 담당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살펴보고 필요하면 대출 담당자에 질문하고 그래도 미심쩍다면 흑석동 상가를 살펴보는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름 가까운 시간을 흘려 보낸 뒤 끝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마도 ‘정쟁(政爭)’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금감원도 꽤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했던 야당 정치인이 금감원 담당자를 수차례 불러들여 호통을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곤혹스런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금감원에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금융회사의 경영상태와 법규 준수 여부 등을 관리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 만큼 문제를 도려내는 것과 더불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 역시 금감원의 책임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평소에 자기 소신을 강단 있게 밀어 붙이던 윤석헌 원장부터 “보고 받지 못했다”며 침묵을 지켰다. 고도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도 아닌 단 한 건의 대출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말 한 마디 못하면, 금융권 ‘칼잡이’로서의 영(令)은 제대로 서지 못한다. 금감원의 위상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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