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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자수첩]금융감독원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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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지난달 말 불거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출 논란으로 KB국민은행이 홍역을 앓았다. 동작구 흑석동 상가를 매입할 당시 국민은행이 1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게 ‘특혜’라는 게 논란의 골자다.

언론 보도와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논박이 오갔지만 다른 은행들은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특혜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임대수익이 이자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기준이 강제 적용되던 때가 아니었던데다 은행마다 자체 한도를 정해 RTI 규제를 초과하는 대출을 내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이 전체 신규 대출의 30%에 대해 RTI 넘어도 대출을 내 준 것과 비교할 때 국민은행 기준인 10%는 오히려 ‘빡빡한’ 편이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금융감독원은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열흘 넘도록 사건을 쥔 채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11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공을 넘겼다.

금감원에서 특혜 여부를 판단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을 것이다. 검사 담당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살펴보고 필요하면 대출 담당자에 질문하고 그래도 미심쩍다면 흑석동 상가를 살펴보는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름 가까운 시간을 흘려 보낸 뒤 끝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마도 ‘정쟁(政爭)’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금감원도 꽤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했던 야당 정치인이 금감원 담당자를 수차례 불러들여 호통을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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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금감원에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금융회사의 경영상태와 법규 준수 여부 등을 관리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 만큼 문제를 도려내는 것과 더불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 역시 금감원의 책임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평소에 자기 소신을 강단 있게 밀어 붙이던 윤석헌 원장부터 “보고 받지 못했다”며 침묵을 지켰다. 고도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도 아닌 단 한 건의 대출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말 한 마디 못하면, 금융권 ‘칼잡이’로서의 영(令)은 제대로 서지 못한다. 금감원의 위상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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