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카르멘
음악극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과 젊은 군인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을 음악과 춤, 연기 등으로 풀어낸다. 사진은 극 중 배우들이 플라멩코 춤을 추는 장면. /벼랑끝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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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열리면 스페인 시골의 낡은 카페다. 이곳 주인 죠바니는 "내 친구 돈 호세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빨간 책 한 권을 펼친다. 성공한 군인을 꿈꾸던 청년 돈 호세는 우연히 만난 집시 여인 카르멘과 사랑에 빠지고, 그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잇따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어느새 악명 높은 산적 두목이 된 돈 호세는 점점 더 카르멘에게 집착하지만, 태생이 집시인 카르멘은 그의 구속을 거부한다. 끊임없이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이 결국 파국을 맞는 과정이 죠바니의 입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8명의 배우가 흘리는 땀방울이 100분 내내 반짝인다. 이들은 직접 10개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고, 중간중간 노래까지 소화한다. 탱고와 플라멩코 등 다양한 장르의 춤도 선보이며, 동시에 격정적인 액션과 멜로 연기도 숨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매끄러운 라이브 음악, 사다리와 가면 등 간단한 소품을 이용해 작은 무대를 다양한 공간으로 변주하는 무대 연출도 돋보인다.
화려한 무대도, 스타 배우도 없는 이 공연을 보러 간 날, 세실극장 내 200여 석의 자리는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그 휑함에 어색함이 감돌던 객석은 공연이 시작되자 웃음과 박수가 몇 번이고 터져 나왔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연출은 팽팽했고, 배우들은 성실하게 연기했다. 한마디로 작지만 탄탄한 공연이다. 그래서 '카르멘'은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는 세실극장에도 더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달 28일까지. 1544-1555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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