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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낙태죄 보도 인상적…정권 상관없는 인사검증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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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7차 회의

최근 한달 주요 이슈 보도 평가


한겨레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정례회의가 15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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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15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일곱번째 정례회의를 열어 지난 한달 한겨레 주요 콘텐츠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업자 두달 연속 증가, 재벌 3세의 일탈 행위, 고위공직자 후보 검증 관련 보도 등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주를 이뤘다.

이번 열린편집위원회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안지애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정민영 위원(변호사·법무법인 덕수), 김종구 편집인, 박현 신문콘텐츠부문장이 참석했다.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보도

변화에 대한 강한 지지 긍정적

다른 나라와 비교 분석은 부족


신광영 위원장] 이번 열린편집위원회는 특별한 이슈 제한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 각자 전공 분야에 대한 내용이나, 평소 한겨레신문을 읽으면서 느낀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최서윤 낙태죄 헌법불합치 전후 보도를 인상 깊게 봤다. 낙태죄에 관해 견해를 확실히 밝히는 언론이 좋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이 나기 전에 사회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끔 논조를 밝혔는데, 한겨레가 비겁하지 않은 입장에 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 보도에서도 변화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 좋았다.

정민영 대체로 동의한다. 헌재 결정 전날 한겨레 사설에서 변화를 반영할 것을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1면에서도 사회적 상황이 변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낸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법원 판결, 헌재 결정 이전에 한겨레의 입장을 필요에 따라 강하게 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김제선 한겨레가 여성 보호와 태아 생명 보호에 대한 조화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른바 합헌을 주장한 분들도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진전된 의견을 냈다는 걸 보도한 건 한겨레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걸 더 심층적으로 취재해서 보강하면 좋겠다.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이런 부분들에 대해 동의하고 개선 활동을 할 것을 요구했으면 한다.

안지애 다른 신문사와 비교했을 때 한겨레가 입장을 제대로 밝혀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다른 나라들은 이걸 어떻게 다룰지가 궁금했는데, 기사를 보면 아일랜드 예를 잠깐 들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보다는 소개가 부족했다.

신광영 위원장 낙태와 관련해서는 그게 종교적인 이슈와 관련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이 강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땠는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독자들이 알게 된다면 이런 사안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타국 사례를 많이 보도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 취업자 두달 연속 증가 보도

보수지들 악의적 보도와 대조

팩트체크로 자세히 설명했으면


안지애 4월11일치 1면 ‘취업자 두달째 20만명대 증가, 3월 고용률 최고’ 기사도 흥미롭게 봤다. 취업·고용 관련 보도가 다른 언론사 보도와 상반된 부분이 좀 있었다. 똑같은 발표에 대해 <중앙일보>의 경우 ‘60대 취업 34만 늘고 3040은 25만 감소…고용의 질은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다뤘고, <조선일보>는 ‘청년 체감 실업률 25% 사상 최악’이라고 다뤘다. 60살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고 50대와 20대도 늘었으나 30, 40대는 줄었다는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너무 증가한 부분만 강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제선 보수지들의 보도는 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악의적으로 흔들려는 ‘악질적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고 했다가 통계가 일자리가 증가한 걸로 나오니까, 그다음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세대별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통계를 다 설명드릴 순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인구가 감소해서 일자리 수가 줄어든 거다. 요즘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팩트체크형 기사를 많이 써주는 게 독자들에게 좋다. 질책하는 것을 매일 만들어내는데 사실 독자들이 다 열심히 읽지는 않는다. 언론사끼리 서로 견해차가 너무 크게 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팩트체크 같은 기사를 써서, 사실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뭘까를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겠다.

안지애 통계청의 보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많은 신문이 통계에 대해서 분석하는 바가 다른데 그럼 독자는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최서윤 김제선 위원님이 말씀하신 팩트체크형 콘텐츠를 온라인에서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주면 좋겠다.

박현 취업 동향 관련해서는 지난해 내내 ‘고용 참사’라는 보도가 많았다. 보수지들은 주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는데, 저희는 부작용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것이 고용 충격의 모든 부분을 설명하는 건 아니라는 관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 3월 두달 연속 취업자 수가 2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은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 ‘자영업 약탈자들’ 탐사기획 보도

자영업 취약한 구조 충격적 보고

기업뉴스보다 소홀한 영역 잘 다뤄


김제선 ‘자영업 약탈자들’ 탐사보도는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취약한 구조에 처해 있는 상황을 충격적으로 알려준 좋은 기사다. 위장취업도 감행한 장나래 기자께도 감사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후속보도를 하면 좋겠다.

최서윤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기사다. 그런 창업컨설팅 업체가 횡행했던 것은 양지화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25%가량이 자영업자라는 통계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관련 정보 수요가 많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기업 뉴스나 다른 경제 이슈에 비해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은 더 확대했으면 한다.

최선목 이런 문제가 왜 그동안 개선되지 않았는지 이상할 정도로 상당히 좋은 기사였다.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3월28일치 한진그룹 주가 상승 기사와 관해 기자의 의견이 개입된 것 같아 아쉬웠다. ‘“불확실성 걷혔다” 한진그룹 주가 일제히 상승’이라는 제목으로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대한 안건이 부결되니까 오너리스크가 해소돼 주가가 2.5% 상승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런데 정작 주가는 바로 다음날 5.2%나 급락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어떻게 되는가. 이런 복잡한 문제를 주가 하나 가지고 기업가치와 오너리스크를 단정적으로 연결시키는 건 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한진 재벌 3세들이 잘못된 행태를 보였지만 이것은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하고는 별개의 것이다. 하지만 신문들은 대개 구분 없이 사용한다. 얼마 전 남양유업 3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람은 알고 보니 본인은 물론 부모 모두 남양유업 지분이 전혀 없다. 창업자 외손녀이긴 하나 회사 관련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면 이런 기사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어떻게 할 건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

■ 고위공직자 후보 검증 보도

인사검증 대응 다소 소극적 느낌

청와대 기준 중계하는데 그친 듯


정민영 얼마 전에 개각이 있었는데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철회됐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한 일이 있었다. 한겨레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드는 생각은 보통 개각, 고위 공직자 지명이 있을 때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인사검증팀을 꾸려서 후보자 검증, 의혹 제기를 하는데 최근엔 한겨레에서 좀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미선 헌재 재판관 지명자와 관련해서도 배우자의 주식 소유나 매매 등 따져볼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들은 이 문제와 관련한 청와대의 기준은 어떤지 등을 중계하는 것에 그쳤다. 인사검증과 관련해선 다소 대응이 소극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개각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김종구 최근에 들어서는 언론이 제기하는 것보다는 야당에서 훨씬 빨리 정보를 입수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뀐 것 같다. 신문의 역할은 제기된 의혹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을 내리는 부분이 더 커진 것 같다. 물론 야당에서 자료를 받아서 증폭해 크게 쓰는 신문들도 있다. 한겨레의 경우 그동안의 인사검증 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다른 부처는 몰라도 국토교통부 장관의 다주택 보유는 자격에 중대한 흠이라는 판단에 따라 사설을 썼다. 한겨레가 소극적이라고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것은 보도의 방향이 공직후보자의 자격 여부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신광영 위원장 문제는 이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과거에 비춰봐야 한다. 5,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언론사로서 얼마나 일관성을 갖추고 있냐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동시에 일관성을 갖춘 판단의 기준이 필요하다. 독자도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언론이 가진 판단의 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 국민적인 눈높이에서 그것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보여주느냐가 새로운 모범적 언론의 기준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겨레신문에 중요한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김제선 좀 더 적극적으로 현 정부가 가진 검증 시스템이 과연 적합한지 검토하고, 만약 부적합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김의겸 대변인의 상가 매입과 관련해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굉장히 컸다. 이 문제를 다뤘는데 적절한 시기에 문제 제기를 하고 정면으로 보도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적 중립 보도를 하지 않았나 싶은데. 한겨레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굳건하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또한 인사와 관련해 인상적인 건 전 환경부 장관 영장 기각 내용을 다른 신문은 보도를 많이 안 했는데 한겨레는 균형 있는 보도를 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걸로 보고 있다는 거다. 지금 수사 지휘자가 자유한국당 전 의원 사위고, 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우병우 수석 시절 박근혜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이다. 도대체 이분들이 왜 이 사건을 배당받아서 지휘한 건지 모르겠다. 검찰의 정권에 대한 저항 내지는 악의적 대응이라는 의혹을 갖게 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보도해줬으면 한다.

한두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국회의원 농지 소유 심층보도가 좋았다. 이해충돌방지법 관련한 탐사보도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산불 피해자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는 기사도 중요한 보도였다. 정부가 발표를 했다가 변경한 것에 대해 일방적인 발표를 수긍한 것이 아니라 추적해서 썼던 것도 좋았다. 그런데 보궐선거 당일 정의당 여영국 후보 패배로 인터넷판에 올라왔다 내려간 기사는 조금 아쉬웠다.

정리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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