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스테이’ 출근견 페이지와 반려인 신진희 대표
“동물과 여행, 더 이상 벽처럼 느끼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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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보더콜리 페이지는 ‘출근견’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반려동물 동반 숙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컴스테이’로 출근한다. 컴스테이는 지난해 10월 런칭한 반려동물을 위한 일종의 ‘에어비앤비’(숙박공유플랫폼)다. 10년간 광고제작자로 일한, 페이지의 반려인 신진희씨를 비롯해 4명이 함께 시작한 스타트업인데, 페이지는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존재로 회사 소개서에 이름을 올린다.
페이지는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200번이 넘는 국내 출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동물 친화적인 숙소를 찾을 때, 페이지가 동물의 관점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에서 신진희 대표와 컴스테이의 실질적 대표 페이지를 만났다.
출장을 가면 페이지가 동물 친화적인 숙소를 판별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나요?
“사실 페이지는 어딜 가든 너무 좋아해요.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 A를 주기 때문에 페이지 기준만 가지고는 점수를 매길 수 없어요(웃음). 다만 저희가 숙소를 고를 때 사람의 기준이 있고, 반려동물의 기준이 있잖아요. 동물과 함께 가면 좀 더 평가하기가 쉬워요. 펫티켓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페이지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하지 않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기가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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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의 애로 사항이 많죠.
“혼자 하는 여행과 완전히 다르죠. KB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고 했을 때 두 번째가 여행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저도 그랬고요. 페이지와 같이 다니면서 여행 방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해외보다는 국내를 선호하게 되고, 제주처럼 비행기를 타야 할 때는 1주일 이상 체류하기 어려우면 가지 않아요.”
반려동물 숙소에서 지켜야 할 펫티켓은 무엇인가요?
“아주 일반적인 내용인데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수컷일 경우 마킹을 했는데 숙소 주인에게 알리지 않는 거죠. 미안하니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마킹을 했을 때 침구든 물건이든 바로 치우고 처리하면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아예 물품을 폐기해야 하거든요. 반려견에게 낯선 장소인 숙소에 혼자 두고 외출하지 말라는 곳도 많은데,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고요.”
페이지와 힘들게 여행했던 경험이 있나요?
“페이지를 키우기 시작한 2015년에 강원도 양양에 간 적이 있어요. 서핑을 좋아하는데 마침 시간이 나서 급하게 숙소를 예약했는데 한 곳에서 방이 하나 남았다고 오라고 하는 거예요. 반려견 추가금 4만원을 더 내고, 다른 사람 눈에 띄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듣긴 했지만 감지덕지하며 갔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페이지한테 너무 눈치를 주게 되는 거예요. 소변을 보게 할 때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가고, 밖에 나와서 신나서 '왕'하고 짖으려는 페이지에게 안된다는 말만 해야 하니 저도 속이 많이 상했어요.”
컴스테이를 시작한 것도 그런 경험에서 비롯했다고요.
“각종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할 때 반려동물 동반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어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딱 맞는 숙소를 찾기가 어렵고 불편하더라고요. 오히려 주변 반려인들끼리 공유하는 정보가 더 나을 때가 많았어요.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직접 반려동물용품을 엄선해 구비해두는 숙소도 있고, 반려동물 배려해 잔디에 농약이나 비료 안 쓰는 숙소도 있는데, 그런 곳은 돋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기도 한 거네요.
“결국은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거든요. 단순히 개를 매개로 사람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개를 싫어하는 사람, 개를 좋아하는 사람, 그 중간인 사람들이 서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컴스테이 등록 숙소에만 있는 ‘반려동물 전용 어메니티’라는 게 재미있는데요.
“어느 반려동물 동반 숙소에 갔는데, 사람 수건은 직접 제작한 좋은 건데 반려동물 수건은 동네 체육 행사 글자가 박힌 얻어온 수건이더라고요. 사람 수건과 섞이지 않게 하려는 방편일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숙소 이미지를 달라 보이게 할 수도 있잖아요. 아예 동물 전용 수건을 제작해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같이 제공되는 것이 간식, 샘플 사료, 배변 패드, 소독제 등이에요. 반려동물용품 업체는 적합한 홍보 창구를 얻게 되고, 고객들은 딱 필요한 순간에 새로운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어 모두 ‘윈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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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브랜드의 목표로 삼겠다고 했는데, 숙소 공유 서비스 외에 어떤 일을 하나요?
“개와 함께 하는 삶의 방식,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요즘 주력하는 것은 유기견 입양 독려 캠페인이에요. 유기견 하면 침울하고 울적한 느낌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유기견을 입양하면 모두에게 엄청 재밌는 일이 생긴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유기견을 입양한 가족의 신청을 받아 여행을 보내드리는 캠페인성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새 가족이 생긴 개와 사람에게 신나는 하루를 선물하는 거죠.”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신진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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