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고령화 속도 빠르게 진행”
“청년·여성 경제활동 높이는 대책으론 부족”
“고령 노동 활성화 위한 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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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하는 우리나라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정년제 폐지 등을 통해 고령 노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준 케이디아이 선임연구위원은 18일 낸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 현상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 부양비(65살 이상 인구/15~64살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에 20%로 상승했고, 2050년엔 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약 50%)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는 시기가 최근부터 2050년까지 향후 30여년간이라고 보고, 2050년에는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가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경제 구조에서는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이 ‘성장회계’ 방법을 통해 장래 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G7) 수준에 근접하더라도 2021~2030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1.7%, 2041~2050년은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고령화로 인해 퇴장하는 노동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는 감소하기 때문”이라며 “65살 이상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지 않은 한 총량 수준의 노동 공급은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성 및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방식의 기존 대응은 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문제의식이다. 출산율 제고 정책이 성공한다 해도 장래 출생한 아이들이 핵심 근로계층에 도달하기까지 약 30년이 소요되므로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대응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고령 세대의 노동 참여를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의 고용률은 높은 편이지만 고용의 질 면에서는 열악한 수준이어서 고령 노동 여건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이비붐 이후 세대가 과거 고령 노동자들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아 고용 가능성이 크고 생산성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제도는 더는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 하는 낡은 제도다. 정년제 폐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65살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 및 제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고령화로 전체적인 생산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고령 노동자의 역량을 제고하고, 연령차별 금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변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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