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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아직도 폐업신고 안한 버닝썬…유흥주점 하락기 속 가장 유흥주점 많은 동은 `신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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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경찰이 지난 2월부터 7주간 클럽 등 대형 유흥주점 불법 영업행위를 집중 단속해 성매매 알선을 한 업주 등 267명을 검거한 가운데 성매매 주선 의혹을 받고 있는 버닝썬이 지난 2월 17일부터 영업을 종료했지만 여전히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매출 중 일부에 대해 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적게 내왔는데 폐업을 하면 누락 신고한 분에 대해 과세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신고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버닝썬 외 다른 유흥주점의 상황은 어떨까? 매일경제신문사는 버닝썬이 어떤 주점 형태로 당국에 신고를 했으며 서울시내에서 얼마나 큰 유흥주점이었는지, 그리고 유흥주점은 어떤 형태로 서울에 분포하고 있는지를 행정안전부가 개방한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개방' 자료와 각종 도구(지도는 QGIS, 분석은 Tableu Pulbic)를 통해 분석해봤다.

◆버닝썬은 서류상으론 아직 '영업 중'

주기적으로 내용이 업데이트되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개방 자료에 따르면 버닝썬은 아직 '영업 중'으로 분류돼 있다. 강남구청에 직접 문의한 결과 아직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버닝썬은 어떻게 등록돼 있을까?

버닝썬은 2018년 2월 13일 인허가를 받았는데 업종은 고고(디스코)클럽으로 분류된다. 면적은 총 862.43㎡로 약 260평 규모다. 서울시에서 현재 영업 중인 유흥주점은 총 2053곳인데 버닝썬의 규모는 53위로 상위 2.5%에 해당한다. 가장 큰 곳은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아쿠아(3251㎡)로 버닝썬의 4배에 달한다. 아쿠아 역시 고고(디스코)클럽으로 분류되는데 '신사 핫플레이스'로 불리며 테이블석 가격이 앱솔루트 1병 기준 27만원(3병은 40만원)으로 온라인상에 소개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엔 총 11개 종류(기타 제외)의 유흥주점이 등록돼 있다. 룸살롱과 카바레, 스탠드바, 비어(바)살롱, 고고(디스코)클럽 등이 그것이다. 식품위생품시행령에는 해당 업종이 유흥접객업으로 분류돼 있다. 일반유흥접갭업(룸살롱 극장식당 바 요정)은 노래·연주 또는 춤 등을 즐길 수 있는 업종이고 무도유흥접객업(카바레 나이트클럽 고고클럽 디스코클럽)은 손님이 춤을 추는 무도장을 두고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관광호텔나이트(디스코)가 평균 면적이 1111㎡에 달한다. 버닝썬 아쿠아 등이 속한 고고(디스코)클럽은 평균 799㎡다. 그 후부턴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카바레가 평균 면적이 266㎡이고 서울 유흥주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룸살롱은 평균 면적이 154㎡에 불과하다.

◆룸살롱이 대세…강남은 대형, 도심은 소형

현재 서울에서 영업 중인 유흥주점 2053곳 중 1517곳이 룸살롱이다. 4곳 중 3곳에 해당된다. 룸살롱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대폭 증가했다. 매년 100~200개가 개·폐업을 반복하며 대표 유흥주점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이후부터 인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유흥주점이 1462곳인데 그중 룸살롱은 1135곳에 달한다.

특이한 점은 강남은 평균적으로 377.2㎡에 달하는 데 반해 도심권인 중구와 종로구는 각각 125㎡, 9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종로구의 경우 종로5가와 종로6가 그리고 낙원동을 중심으로 소형 노래주점이 룸살롱으로 등록돼 있다. 중구 역시 노래주점에서 룸살롱 영업을 주로 하고 있다. 겉은 노래방 간판이어서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유흥접대부'가 있어서 당황한 경험이 있다면 바로 그곳을 생각하면 된다.

반면 강남은 노래방 간판을 단 곳이 거의 없었다. 외래어 중심의 간판이 대다수였다. 외국 바이어를 접대하는 한 대기업의 해외담당 영업직원은 "강남 룸살롱은 주로 기업고객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라며 "유사성행위를 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고 귀띔했다. 경찰이 성매매 알선 명목으로 단속을 해서 267명을 최근에 검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아래 그래프는 유흥주점이 허가받은 연도를 기준으로 중구와 강남구 룸살롱의 평균 시설 규모를 비교분석한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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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레는 역사의 뒤안길로

룸살롱이 대세가 되면서 1970~1980년대 유흥주점의 아이콘이었던 카바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카바레는 단 104곳뿐이다. 1985년 이후 카바레 363곳이 없어졌다. 현재 영업 중인 카바레 중 79곳이 무려 2000년 이전에 생긴 곳이다. 2010년 이후엔 단 3곳밖에 문을 열지 않았다. (아래 선 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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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개장한 곳은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카사'(97.52㎡)란 곳이다. 자치구로 보면 양천구 노원구 금천구 동작구는 카바레가 한 곳도 없다. 강남구가 15곳으로 그나마 가장 많이 영업 중이고 강서(14곳)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카바레가 망한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대체재인 나이트클럽의 출현이 꼽힌다. 카바레로 가려면 같이 상대방과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춤을 배워야 하는데 나이트클럽은 춤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없다. 그리고 카바레에서 나오는 음악은 7080세대를 위한 것이 많고 출입도 보통 30세 이상으로만 제한하는 반면 나이트클럽은 유행에 따라 힙합 재즈댄스 디스코 테크노 등 다양한 노래가 나온다. 카바레는 아저씨·아줌마, 나이트클럽은 청년이 가는 곳이란 인식도 카바레의 쇠락을 이끌었다.

카바레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킹클럽'이다. 1967년 당시 이태원에 들어섰는데 킹클럽 공식 페이스북 사이트를 들어가면 현재는 서울을 대표하는 게이클럽을 표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유흥주점은 내리막길

이번에 분석한 데이터는 196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은 유흥주점 총 4788곳(가게명이 기재되지 않은 데이터 4곳 제외)이다. 이 중 폐업한 곳이 2725곳으로 영업 중인 곳(2053곳)보다 더 많았다. 회식문화가 잦아들고 유흥에 대한 안 좋은 사회적 시선이 퍼지면서 점점 업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흥주점 총 폐업 건수를 보면 1990~2000년 매년 평균 40~60건에 불과했던 폐업 건수가 2000년 이후엔 매년 평균 120~130여 건으로 늘었다. 지난해도 111곳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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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폐업은 중구 무학동에 위치한 카바레 '가고파'(1985년)였다. 그 후 룸살롱(1676곳)과 카바레(363곳) 스탠드바(179곳) 등이 주로 폐업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중구가 419곳으로 가장 많이 유흥주점이 폐업했고 강남구가 405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영등포구(242곳) 종로구와 서초구(각각 221곳)도 유흥주점이 폐업을 많이 한 곳이다.

특이한 점은 폐업이 많은 곳이 현재 영업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자치구로 따지면 중구가 231곳으로 가장 유흥주점이 현재도 많다. 종로구(212곳)와 강남(207곳) 관악(206곳) 영등포(162곳)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로 직장이 있는 곳에 유흥주점이 많은 셈이다. 반면 주거단지가 밀집한 양천구는 유흥주점이 5곳뿐이었고 성북구(8곳) 광진구(18곳) 노원구(23곳)도 유흥주점이 없는 편이었다. 구당 평균 유흥업소는 82곳이었다.

아래는 지난 50여 년간 서울시내 유흥업소 인허가가 난 총 현황(현재 영업 중인 곳과 폐업한 곳 포함)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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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유흥주점이 많은 동은? 신림동

유흥주점이 가장 많은 곳을 '동' 단위로 찾아봤다(이를 위해 QGIS 지도분석을 통해 행정동별로 좌표가 찍힌 점의 개수를 세봤다. 좌표를 찍어서 계산하다 보니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분석 결과 관악구 신림동이 157곳으로 가장 유흥주점이 많았다. 관광나이트클럽으로 등록된 관악 그랑프리가 1862.21㎡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인터넷 후기글을 보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중반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성내동(바로 옆동인 길동도 포함한 수치. 경계에 유흥주점이 많음)이 127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아래론 역삼동(86곳)과 서초동(80곳) 영등포동(70곳) 화곡동(66동) 여의도동(47곳) 순이었다. 아래는 유흥업소가 30개 이상 영업 중인 동을 추려서 색칠한 결과다. 색깔이 진할수록 더 많은 유흥업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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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데이터 분석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거의 2000곳에 달하는 영업 혹은 폐업 유흥주점이 남성과 여성 종업원 수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종사자가 유흥주점에 종사하는지는 분석할 수 없었다. 다만 룸살롱이 서울 유흥주점의 대표 브랜드로 2000년대 이후 자리매김했다는 점 그리고 강남·북 간 유흥주점 규모의 차이 등을 이번 분석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버닝썬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버닝썬을 무대로 성매매, 마약 투여가 횡행했다는 의혹이다. 거기다가 소방시설 등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어 불이 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허가를 받는 유흥주점은 합법적 일탈 장소이긴 하지만 그 이면엔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단순히 인허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종업원 수, 소방·전기시설 배치 유무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안전을 지키면서 합법적인 일탈 장소로서 유흥주점도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현준 기자 rhj777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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