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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벼랑 끝 박삼구, 히든 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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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자구 계획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인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아시아나항공 경영 불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구 계획을 다시 내라"고 압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 측 자구 계획안에 대해 "채권단에서 지원받은 뒤 3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망하면 (그제서야) 회사를 내놓겠다는 거냐"며 "항공기업의 3년은 일반 기업의 30년에 해당하는데 대주주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요구하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계획'을 내지 못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칫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잃을 지경까지 몰렸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는데도 경영진이 회사를 위기로 몰고 있다"며 "이제 아시아나의 즉시 매각도 (채권단 입장에서)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에서 더 이상 추가로 내놓을 만한 자구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또한 "박 전 회장 자택까지 담보로 제공됐는데 추가 사재 출연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아시아나 위기는 부실 경영 탓

금융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진원지가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경영"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은 금호 경영을 맡은 이후 2006년 대우건설(6조4000억원), 2008년 대한통운(4조1000억원)을 연달아 인수했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재무 구조가 나빠져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은에 넘겼다. 이후 2015년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며 복귀했지만 가격이 1조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까지 되찾겠다며 그룹 자산을 쥐어짜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살림살이마저 나빠졌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박삼구 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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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도 비싼 운영비 때문에 매년 악화되고 있다. 항공기 84대 중 61%인 51대를 장기 렌트 방식의 운용리스로 운영하는데, 이는 대한항공이 주로 사용하는 할부 구매 방식의 금융리스보다 운영비가 비싸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4월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부채 감축과 자산 매각을 진행했다. 그러나 회계 감사가 강화됐는데도 종전의 느슨한 기준을 고집한 게 화근이 되면서 지난달 감사 의견 한정을 받아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이 여파로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신용 등급이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질 위기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1조3000억원이 넘고,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상환 요구가 들이닥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장래 매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이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 안팎에서 그래서 "5000억원을 지원해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당국 "오너 퇴진, 사재 출연 확대, 회생 방안 구체화"

금융 당국이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자구안과 오너 일가의 일선 퇴진을 직접 요구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의 입장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에 담겨야 할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박삼구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박삼구 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한다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등을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는 최종구 위원장의 발언은 박 전 회장 부자 경영 배제 원칙을 못 박은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등’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데, 박 전 회장 일가가 금호고속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항공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둘째, 다른 사재 출연과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이다.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오너 일가가 140억원쯤 되는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조치가 전부였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로 투자자 신뢰를 얻겠다는 건 너무 무성의하다”고 했다.

마지막이 회사 정상화 기간이다. 금호 측은 3년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어떤 비상조치로 위기를 넘겠다는 실행안도 없이 3년이나 시간을 달라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 간 줄다리기는 양해각서를 다시 맺는 5월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최소한 금호 측이 바라는 지원액(5000억원)과 경영 정상화 기간(3년)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 대주주가 좀 더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반응이 다수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외부에 매각하자는 주장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140억원어치 주식 대신 ‘5000억+3년’은 너무 터무니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많았다”면서 “산업은행 쪽은 금호 측 제안을 받자마자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채성진 기자;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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