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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을 걸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5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경영일선 퇴진에 이어 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거는 듯한 카드다. 앞서 채권단은 한푼이라도 손해보는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박 회장이 내놓은 건 크게 3가지다. 그런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가치판단이 애매할 수 있다.
우선 부인과 딸이 보유한 지분 4.8%다. 시가로 200억원이 채 안 된다.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미 담보로 제공된 자산이다. 금호타이어가 관련 빚을 갚지 못하는 한 박 회장 부자가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금호고속 뿐 아니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도 이미 모두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상태다.
둘째로 5000억원 주면 3년간 항공기도 팔고, 노선도 정리하는 등의 작업도 약속했다. 5000억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갚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내용이 없다. 사실 회사가 매각할 자산도 마땅치 않다. 섣불리 팔았다 자칫 본질적인 사업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다만 3년새 박 회장이 외부에서 투자자라도 영입해 채권단 자금을 상환하는 시나리오도 상정할 수 있다. 이미 박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은 경험이 있다.
셋째로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는 약속이다. 만약 3년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게 되면 박 회장 부자의 금호고속 지분담보는 해제될 수 있다. 다시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는 박 회자 부자가 된다. 박 회장이 경영복귀를 하지 않아도 아들인 박 사장이나 이들이 지명하는 이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된다. 복귀는 아니지만 사실상 복귀가 될 수 있다.
손자병법 제32계. 공성계(空城計)
원문은 ‘허자허지 의중생의(虛者虛之 疑中生疑)’다. 자기의 진정한 실력과 움직이는 방향을 덮어 감춤으로써 상대를 미혹스럽게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상대에 수를 읽히면 위험하다.
금호아시아나 쪽에서 경영권 매각을 허용하겠다는 언급이 나왔다. 박 회장의 다른 조건들이 불만스럽더라도 채권단 입장에서 일단 경영권을 테이블 위에 올린 점은 성과라면 성과다. 박 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걸도록 하면서, 채권단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게 숙제다. 박 회장은 경영권을 안 뺏기고 돈을 받는 게, 채권단은 경영권을 지렛대 삼아 지원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문제는 박 회장이 요구한 지원은 차입이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천천히 자산을 팔고 투자를 유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뜻이다. 반면 채권단은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바란다.
자칫 3년 후 또 도돌임표를 찍기는 부담스럽다. 박 회장이 신뢰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현재로서 채권단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경영권을 매개로 든든한 새로운 대주주를 영입하고 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일신하는 길이다.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국적항공사의 명운이 걸린 큰 판이다. 양자 모두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명분이 중요하다. 또다시 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은 농성전이 아닐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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