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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장자연 사건…다시 불붙은 ‘공소시효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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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사건 재조명되며 부각

과학수사 발달·수사기법 고도화

공소시효 폐지 목소리 높아져

법·사회 안정성 떨어뜨릴 수 있어

수사 장기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사건’ 등 과거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공소시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그동안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특례법 제정을 통해 특정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한 사례는 총 7건이다.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처벌하기 위해 5·18과 12·12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도록 한 게 첫 사례다. 2000년대 이후 ‘도가니 사건’ 등을 계기로 장애인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13세 미만자와 장애인 강간 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안도 4건이 통과됐다. 가장 최근 공소시효가 폐지된 사례는 일명 ‘태완이법’이다. 2015년 대구에서 여섯살 어린이에게 누군가가 황산을 쏟아 살해한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정작 사망한 태완이 사건은 이 법 적용을 받지 못해 영구미제가 됐다.

최근에는 ‘과거사 은폐’ 행위에 대한 직권남용 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법안도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인권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특례법’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조작, 또는 은폐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반인권 범죄를 조직, 은폐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 행위를 행한 정치세력이 집권한 동안에는 국가 소추권 행사에 장애가 있으므로, 공소시효 정지제도를 두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무원이 범죄를 범한 경우에만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김학의 전 차관 사건도 공소시효 극복이 관건이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수뢰액이 1억원을 넘지 않으면 7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수사대상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이 진상 파악을 방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마찬가지로 7년의 공소시효에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소시효 폐지를 둘러싼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공소시효는 시간이 흐르면서 증거가 사라지고 처벌효과도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근거로 마련됐다. 하지만 DNA감식 및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나중에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소시효를 유연성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검사장은 “최근 수사기관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증거수집 능력도 높아졌고, 국민 자체의 라이프사이클, 그러니까 기대수명 등도 늘어났기 때문에 법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며 공소시효 폐지 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찾기가 어려워지는 데다 무작정 공소시효만 없앤다고 해서 범죄를 처벌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소시효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시시효가 없으면 무고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면서 “형사소송법은 (범죄자) 99명을 놓치더라도 무고한 한 사람을 처벌하면 안된다는 원칙인데, 공소시효 폐지는 99명을 놓치면 안된다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도 “공소시효라는 게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보장하고, 그 기간동안 범죄자가 심리적으로 사실상 처벌을 받았다는 논거에 따라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한 번의 잘못으로 인해 언젠가는 다 처벌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장발장’같은 인생은 있을 수가 없다”면서 “국민 여론을 따르더라도 긴 토론과정을 거쳐 입법을 통해 법제도를 조정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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