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교육기관 아동학대 사건 처벌은 어떻게 끝났나
부모를 대신해 아이 맡은 이들의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어른 잘못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고 살 아이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특히 아이를 믿고 맡긴 부모들의 배신감도 크다.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서비스 도우미 학대사건 가해자가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피해아동 부모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영유아 폭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촉구하기도 했다.
◆학대 사실 반성하고 재발방지 다짐했다고 집행유예나 벌금 잇따라
부모 믿음을 저버리고 아이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기는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의 한 유치원 교사 A씨에게 법원은 지난달 “신체·정신적으로 유아를 반복 학대했다”면서도 A씨가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사회봉사 120시간과 아동학대 재범예방 수강 40시간 명령을 내렸다. 같은 유치원 원장은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책임을 지적받았지만, 벌금 500만원이 전부였다. A씨는 책가방으로 아이를 때리거나, 점심시간에 숟가락을 던지는 등 피해를 입힌 아동만 18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판결 소식에 “너무한 것 아니냐”, “가해 교사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울산의 한 어린이집 교사 B씨도 낮잠을 자지 않는 원아 얼굴을 이불로 감싸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얼마 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명령을 선고받았다. B씨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리고 발로 민 것으로도 드러났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만 3세 아이를 밀치거나 머리채를 잡은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C씨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어린 아동들에게 지속적으로 학대행위를 했고, 피해 아동들이 공포와 심리적 불안감을 강하게 느껴 죄가 매우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사회봉사 200시간에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아이돌보미서비스 도우미 학대 영상. 유튜브 캡처 |
대구에선 재작년 유치원 교사 D씨가 장난치는 원생을 복도에 내보낸 뒤 90여분 동안 교실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일 대구 지역 낮 최고 기온은 33.8도까지 올라갔다. 법원은 D씨에게도 “피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정신적 학대를 하고 방임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벌금형을 내렸다.
◆가해자 처벌만큼 피해 아동 일상 회복도 중요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 아동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서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완정 인하대 교수(아동심리학)는 통화에서 “양육자는 영아가 낯선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대상이자 주변 환경을 함께 인식해나가는 존재”라며 “그들에게 학대를 당한 영아는 신체·정서·사회·인지적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적 중재와 함께 안정적인 양육관계가 재수립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비록 영아는 자기표현에 서툴지만 온전한 인격체로서 누구에게도 학대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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