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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총리 리더십 파산·정당 내 분열…‘브렉시트 안개’ 안 걷히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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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분열…“원하는 것 분명치 않은” 노동당도 마찬가지

메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반대에도 하원 27일 ‘의향투표’



경향신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가 25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하원은 브렉시트 향후 계획과 관련해 27일 의원 과반의 지지를 받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의향투표’를 실시한다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런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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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에워싼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EU 27개국 정상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EU와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전제로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했지만, EU 탈퇴 여부, 시점,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바닥에 떨어진 리더십, 여야의 ‘동상이몽’, 각당의 ‘사분오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치 붕괴’ 상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메이 총리에 대한 의회 신뢰는 파산 상태다. 영국 하원은 27일 과반 지지를 얻는 브렉시트 방안이 나올 때까지 ‘의향 투표’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25일 통과시켰다. 메이 총리가 보수당 의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며 부결을 지시했지만 의원 30명이 반기를 들었다. 각료 세 명은 수정안 가결을 위해 각료직을 사임하고 표결에 참여했다. 전날에는 영국 각료들의 ‘메이 축출 쿠데타’설까지 제기됐다.

메이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보수당 내 반EU파를 회유하기 위해 꺼낸 정치적 승부수였던 국민투표가 예상을 뒤엎고 통과되면서 생긴 혼란을 수습할 책임을 맡았다. 그러나 2016년 7월 총리직에 오른 메이 총리는 ‘통합’ 대신 ‘당파적 이익’을 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메이 총리가 2017년 총선에 패배해 과반을 상실한 후에도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 시장 접근을 포기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하드브렉시트’ 노선을 밀고 나가다 EU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하고서야 한발 물러섰다.

의회에서 해법을 찾기도 힘들다. 영국 하원은 25일 브렉시트 논의의 주도권을 의회로 가져왔다. 그러나 과반의 지지를 얻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영국 하원은 지난 1월29일에도 브렉시트 향후 계획과 관련해 수정안 표결을 진행했지만 브렉시트 연기와 국민투표 방안은 부결됐고 EU가 재협상을 거부한 백스톱(안전장치) 조항 변경안만 통과됐다. 메이 총리는 하원이 의향투표에서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정부가 법적으로 구속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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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갈가리 찢어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수당에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6개 분파가 있다. ‘노딜’ 브렉시트도 상관없다는 강경파부터 브렉시트 반대파 등 스펙트럼은 양극단으로 흩어져 있다. 메이 총리와 EU의 합의안이 두 차례나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과 손잡는 것은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관세동맹에 남는 것 말고는 과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그러자면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데 이는 보수당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노동당도 마찬가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당내에서 국민투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조기 총선을 주장하다가 지난달 말에야 국민투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코빈 대표는 1993년 EU 탄생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흐트 조약 적용에 반대하는 등 EU에 부정적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 의원들도 ‘EU 잔류’에서 ‘메이 총리 합의안 지지’까지 입장이 제각각이다. 더타임스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부의 무능이 강한 야당의 존재로 상쇄되지만 코빈의 노동당보다 매력 없는 야당이 존재했던 적을 찾기 어렵다”면서 “노동당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에 격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3일 런던에서 브렉시트 취소를 요구하는 행진에 100만명이 참여한 것이나, 브렉시트 취소 청원에 이날 현재 550만명 이상 이름을 올린 것이 그 방증이다.

영국 정치의 ‘결정장애’는 주변국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프랑스의 나탈리 르와조 EU 업무 담당 장관은 새 고양이에게 ‘브렉시트’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면서 “고양이가 아침마다 밖에 나가고 싶어 죽겠다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막상 나가라고 문을 열어주면 나가지 않고 나를 노려본다”고 꼬집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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