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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의회, ‘브렉시트 통제권’ 장악…27일 ‘의향 투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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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5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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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향 투표’ 내용 담은 수정안, 하원 통과

의회 과반 이상 지지 받는 대안 찾을 때까지 투표 진행

메이 총리, ‘사퇴 압박’ 속 브렉시트 주도권마저 잃을 위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영국 하원이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대안을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주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더이상 브렉시트를 이끌어나갈 ‘힘’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의회는 이른바 ‘의향 투표(indicative vote)’를 통해 두 번의 ‘합의안’ 부결과 최근의 브렉시트 연기 결정까지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브렉시트 정국을 타개하겠다는 계산이다.

25일(현지시간) 하원은 브렉시트 향후 계획 관련 정부 결의안 및 의원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 의향투표 실시를 골자로 하는 보수당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을 찬성 329표,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대안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향후 브렉시트 정국은 사실상 의회가 주도하게 되는 셈이다.

개정안 통과로 하원은 오는 27일 브렉시트 대안에 대한 일련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안에는 영국이 유럽 경제구조에 묶여 있게 하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가 포함될 수 있으며, 브렉시트에 대한 2차 국민투표, 그리고 노딜 브렉시트 등도 함께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의회의 ‘의향 투표’가 구속력이 없으며,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 총리는 수정안 통과 전 연설과 이후 성명에서 “보수당이 브렉시트 찬성 입장을 부정할 경우 구속력이 없는 의회 표의 결과를 존중할 수 없다”면서 “개정안 우리 민주주의 기관들 사이의 균형을 훼손시키고 미래를 위협하는 선례를 만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통제권’ 상실은 현재로선 불가피해 보인다. 그는 브렉시트 정국을 이끌며 올 들어 두 번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과 시한 연기 등을 겪었고, 의회가 여전히 메이 총리에게 충분한 지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3차 승인투표’ 결과도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브렉시트를 일단 기존 3월 29일에서 4월 11일로 연기키로 결정한 가운데, 이미 메이 총리는 시한 내에 합의안을 의회에서 승인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브렉시트 시한이 임박하면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 역시 좁아졌다. 보수당과 내각에서는 ‘총리 사퇴’를 도모하기 위한 ‘쿠데타 설’까지 나오고 있고, 실제 보수당 일부 인사와 여론은 메이 총리에게 사퇴 시점을 못 박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리가 사퇴하고, 후임자가 차기 브렉시트 정국을 이끌 수 있도록 약속한다면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설명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에는 당을 이끌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 메이 총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의회가 대안 마련에 실패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메이 총리는 여전히 자신의 계획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자신의 계획을 ‘노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장기연장’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을 배제하고 노딜 브렉시트 등 친(親) 브렉시트파 만을 고려한 입장을 고수, 국익 보다는 보수당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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