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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공기업 갑질 막는다…거래 가이드라인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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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공기업들의 '갑질' 거래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해 전방위 실태조사에 나선다.

또 5월까지 공기업-협력업체-하도급업체 간 공정거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기업이 민간 협력업체와 하도급 계약 시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고 있는 데다 최근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공기업들의 하도급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 공기업과 거래하는 민간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공기업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상생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자체 수입 비중 85% 이상인 시장형 공기업 등 35개사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전방위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까지 한전 등 15개 시장형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2021년부터 한국마사회 등 20개 준시장형 공기업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가령 그동안 공기업의 귀책 사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됐는데도 추가 발생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이 비일비재했다. 또 당초 계약에 없던 추가 공사를 강제하는 부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자체 벌점제도 등을 만들어 협력업체 측 이의 제기마저 틀어막는 사례도 많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형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많았다"며 "공기업 거래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공기업 실태조사를 통해 갑질 관행을 적발하고 불공정행위의 제도적 차단 방안을 마련해 올해 하반기 개선 권고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면 조사·제재와 더불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기업-협력업체-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거래에 대해 모범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1차 대상은 한전, 가스공사, LH, 인천공항공사 등이다. 규모도 큰 데다 현재 불공정거래 개선 제도를 시행하는 곳도 있어 모범사례 확산에 가장 적합한 공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공기업의 발주대금 지급 시스템을 투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일부 공기업이 1차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2차·3차 협력사에도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하도급대금 직불시스템을 공기업 전체로 확대하거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 중인 상생결제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연속적 하도급 거래에서 발주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하도급업체 등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직불 관행을 확산하고, 기재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하도급대금 직불에 참여하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상생결제시스템은 발주처가 발주대금을 은행에 예치한 뒤 협력업체가 공사대금을 미리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저가제한 낙찰제와 총비용평가 낙찰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출혈 경쟁을 방지해 협력사의 적정 마진을 보장하고 하도급업체에 대한 적정 하도급대금이 보장되도록 하는 입찰제도로, 현재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스스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지키고 자율준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도록 '자율준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기재부는 공기업의 경영 행태 개선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기업 경영평가 시 협력업체 지원, 윤리경영 등 이른바 '갑질' 관련 항목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공공계약 시 분쟁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불공정계약조항을 기재부 분쟁조정위원회가 심사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임성현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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