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전중부경찰서와 경비업체 에스원 직원들이 카메라 전자파 탐지기와 파인더를 사용해 대전농산물유통센터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됐는지 살피고 있다. 합동 점검단 9명은 이날 대전 코스트코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 6곳, 화장실 25곳과 휴게시설 1곳을 점검했다. [사진 제공 = 에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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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대전농산물유통센터 여자화장실 내부. 화장실 입구에 들어선 제복 차림 경찰관들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창틀 등 화장실 곳곳을 '매의 눈'으로 신중하게 살폈다. 이들은 셀카봉처럼 생긴 검은 봉에 전자파 감지 센서가 달린 탐지기로 천장과 바닥, 변기, 휴지통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탐지기가 '삐~' 소리를 내자 직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파인더를 비춰 빛이 반사되는지 좀 더 세밀하게 조사했다. 탐지기에서 소리가 난 것은 1~2m 이내 범위에서 전파가 감지됐다는 뜻이고, 몰래카메라가 영상을 전송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빛이 반사되는 것은 카메라가 있다는 증거다.
이들은 대전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 3명과 보안업체 에스원 직원 6명으로 이뤄진 합동점검단이다. 에스원은 지난해 경남경찰청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전북 등 5개 경찰청과 불법카메라 근절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찰이 에스원과 제휴한 업체 등 에스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민간시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대전에서는 지난달 처음으로 합동점검단이 출범해 이날 첫 단속에 나섰다. 합동점검단은 대전농산물유통센터, 대전코스트코, 대전창작센터, 대전효문화진흥원, 대전기독교사회복지회관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 6곳을 점검했다.
유희숙 에스원 충청지원센터 대리는 "화장실 벽 구멍처럼 몰카 설치가 우선적으로 의심되는 장소가 있지만 화장실 휴지걸이, 변기 뒤쪽, 환풍기 구멍 등 보이지 않는 곳곳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며 "특히 피해자가 카메라에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화장실 바닥과 칸막이 하단 부분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남자화장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민들은 점검단을 응원하며 좀 더 활발한 단속을 기대했다. 대전농산물센터 화장실에 합동점검단이 들어가자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이내 화장실 앞에 세워둔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중' 표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을 보던 한 주부는 "처음에는 왜 화장실을 뒤지나 놀랐지만 불법 카메라 단속을 한다니 응원한다"며 "아파트 주민센터나 복지시설까지 점검을 적극적으로 늘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점검한 화장실 25곳과 휴게시설 1곳에서 적발된 불법 촬영 카메라는 한 개도 없었다. 가장 취약한 모텔과 식당 화장실, 유흥업소 등이 현재로선 '단속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조사한 '불법 촬영 장소별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불법 촬영 6465건 중 47%인 3046건이 숙박시설, 목욕탕, 유흥업소, 사무실 민간업소 등 기타 시설에서 이뤄졌다.
문제는 민간업소는 압수수색영장이나 업주 협조가 없으면 점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날 단속에 나선 최명옥 대전중부경찰서 경위는 "경찰이 영업장 협조나 요청 없이는 점검을 나서기 어렵고 검색할 권한이 없다"며 "숙박업소나 민간업소를 대상으로는 불법 촬영 카메라 자체 점검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점검은 보통 한낮에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불법 촬영 카메라는 흔히 음식점, PC방, 카페 등 주인이 직접 관리하는 곳에 설치된다"며 "학교, 지하철 등 외부 관리가 이뤄지는 시설에는 설치가 적다"고 전했다. 또 "설치형 불법 촬영 건수는 전체 불법 촬영 가운데 5% 정도인데 이 중 공공장소에 드러나게 설치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며 단속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부터는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숙박시설·목욕탕 등 공중위생영업소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를 검사할 권한이 주어진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점검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예방업무 담당자는 관할서에 1~2명뿐인데 지자체가 협조를 요청하면 평소 진행하던 성범죄 예방 기획 등 하던 일을 멈추고 단속에 동행할 수밖에 없다"며 "구청 시설관리과 직원이 같이 단속에 나선다고 해도 일일이 모든 숙박시설 방을 둘러보기엔 인력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몰카가 없는 '몰카 클린존' 등 인증제도 운영을 검토 중인 곳도 있지만 지자체가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말해 몰카 점검 후 문제가 없어 클린존 인증을 내줬는데 바로 다음날 누군가 몰카를 설치하고 피해가 발견되면 인증을 해준 지자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24시간 상시 감시 체제가 불가능한 이상 인증제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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