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 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
클럽 '버닝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경찰이 가수 승리(이승현·29)와 유리홀딩스 전 대표인 유 모씨(33) 등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경찰 총장'으로 언급된 윤 모 총경의 존재를 확인한 지 나흘 만에 강제수사 절차에 돌입했다. 버닝썬과 경찰관 간 유착 의혹 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적하고 나서자 수사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윤 총경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날 경찰은 윤 총경 등의 계좌 및 통신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윤 총경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대기발령 조치되고 18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윤 총경의 부인인 김 모 경정의 귀국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김 경정은 말레이시아에서 주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가수 FT아일랜드 최종훈 씨(29)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김 경정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공연 티켓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최씨는 윤 총경, 유씨 부부 등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씨는 19일 일부 언론에 보낸 사과문에서 윤 총경을 형으로 따랐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며 유착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버닝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잇달아 청구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 씨(30)와 버닝썬 직원 김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상교 씨 폭행 피의자인 버닝썬 이사 장 모씨는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 강남의 또 다른 클럽 '아레나'에서 2017년 10월 발생한 폭력 사건 피의자인 용역경비원 윤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병무청은 19일 승리의 입영연기원을 공식 접수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내일 중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 씨와 버닝썬 공동대표 이 모씨(28)는 같은 날 경찰과 법원에 각각 출석했다. 김씨는 "사태가 커져서 국민 여러분이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알게 되고 저도 그 부분을 계속 언급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다른 피해자가 안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해 12월 말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과 버닝썬 이사 장씨가 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를 받는 버닝썬 공동대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19일 기각됐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에 투입되는 수사인력도 확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존 13개 팀 126명을 투입했던 버닝썬 관련 사건 수사인력을 16개 팀 152명으로 늘렸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지능범좌수사대에서 2개 팀 14명이 보강됐다. 경찰은 유착 의혹을 우선순위로 두고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4일 경찰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범 체포가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경찰청장에게 업무관행 개선을 권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인권위는 당시 촬영된 영상에 나타나듯 경찰이 김씨를 밀치거나, 경찰에 의해 김씨가 넘어지는 등 폭행 정황에 대해서는 경찰이 일부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현행범인 체포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인권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김씨가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시간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도 한 차례에 그쳤지만, 경찰 기록엔 '김씨가 20여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합동조사단은 "인권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해 조만간 공식 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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