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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논쟁’ 불지핀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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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사망 발표…가족 “극단적 선택”

1995년 <최저임금: 신화와 측정> 논쟁 촉발

최저임금 인상 뉴저지주 ‘고용 증가’ 실증연구

오바마 “우수한 경제학자 한명 잃었다“ 추모


한겨레

‘최저임금과 일자리’를 둘러싼 지구적 논쟁을 촉발한 앨런 크루거(A. Krueger)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58.

프린스턴 대학은 크루거 교수(노동경제학)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사망했다고 18일 밝혔다. 가족들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루거가 16일 아침 자택에서 경찰에 발견됐으며 이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크루거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출범 초기 재무부에서 차관보를 지냈고 2011년~201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일했다. 빌 클린턴 정부 때는 노동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크루거는 데이비드 카드(D. Card)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교수와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 경제정책 담당자 및 경제학자들 사이에 확산된 ‘최저임금 논쟁’을 촉발한 경제학자다. 프린스턴대의 두 젊은 경제학자였던 크루거와 카드는 1995년에 펴낸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의 경제학>(Myth and Measurement: The Economics of the Minimum Wage)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항상 실업의 증가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엄밀한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여기에 실린 대표 논문 ‘최저임금과 고용,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패스트푸드산업 사례연구’는 각국의 경제학자와 고용정책 담당자 사이에 즉각 최저임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문은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의 접경지역에 있는 410개 패스트푸드점을 설문조사해 고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1992년 4월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미국 전역에서 최고수준)로 올린 뉴저지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고용이 늘었지만, 연방 최저임금 4.25달러를 그대로 유지한 펜실베이니아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신규고용이 오히려 줄었다고 보고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은 고용을 감소시키고,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게 만든다’고 주장해온 표준 경제학 이론을 깨는, 도전적인 실증연구 결과였다.

그 이후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반대의 연구결과도 제출되는 등 최저임금과 고용 사이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반박 및 재반박 실증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잇따랐다. 크루거와 카드의 연구 이후, 경제학자들 사이에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대한 일치된 결론은 아직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최저임금이 저소득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지만, 이런 현상을 증명할 실제적 증거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크루거의 연구결과는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최저임금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 옹호론의 실증 근거로 제출됐다. 뉴저지주 사례에 대해 크루거는 논문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뉴저지주의 경우 햄버거 가격이 올랐다.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재임 당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대표 경제정책 중 하나로 내걸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주말 동안 미국은 우수한 경제학자 한 명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 중 다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며 “크루거는 경제 정책을 추상적인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으로 여겼다”고 추모했다. 크루거는 1987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연을 이어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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