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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국민이 받아든 탈원전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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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 산하 발전 5개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냈다.

한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한 해 2조원 넘는 순이익을 남겼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돼 급기야 지난해 13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탈원전 정책 본격화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사업 표류로 자연스레 수익이 급감한 것이다.

실제로 2015년 85.3%에 달하던 원전 가동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1.2%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는 65.9%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30%를 웃돌던 원전 비중 역시 지난해 23.4%로 주저 앉았다. 이대로 가면 한수원의 적자 폭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발전사들도 탈원전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발전 5개사 가운데 중부와 서부발전 두 곳이 적자로 돌아서며 전체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국제 유가와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하는 와중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RPS) 확대로 싼 에너지인 원전 대신 값비싼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와 LNG 비중을 오히려 늘리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게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이다.

과거엔 유가 등 연료비만 안정되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유가와 무관하게 비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가령 지난해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의 구입단가는 ㎾h당 62.05원이었던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LNG 구입단가는 원전의 두세 배에 달하는 각각 180.98원과 121.22원이었다.

이 와중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향후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2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최근 한꺼번에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발전 5개사도 기간제 파견 근로자 절반에 달하는 218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탈원전 폐기까진 가지 않더라도 유가 인상 등 대외 환경이 달라지면 유연하게 정책 집행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탈원전 도그마에 빠져 우량 에너지 공기업을 대거 부실기업화하고 있어서다. 공기업의 적자 누적은 공공요금 인상이나 예산 투입 등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대체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정책 실패 의 청구서를 들이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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