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289명의 영정사진을 서울시청으로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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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반 고(故) 고해인, 고 김민지, 고 김민희…”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45명의 이름이 순서대로 호명됐다. 5년 전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 보는 건 희생자들에게 이사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기억 공간’으로 새단장하는 동안 학생들을 포함해 희생자 289명의 영정을 서울시청신청사 서고에 임시보관하기 위한 ‘이안식(移安式)’ 행사다. 전체 참사 희생자 304명 가운데 미수습자와 이미 가족 품으로 돌아간 영정 등을 제외하고 이사를 가게 됐다.
행사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외투를 입은 단원고 학생 유가족 수십 명이 참석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서대로 종교 의식과 함께 진혼식이 진행되자 몇몇 유가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진혼식에서 “세월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왔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가족 등이 이곳에 모여 아픔을 나누고 힘을 얻어 다시 싸워갔다”며 광장의 의미를 되새겼다.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추모 낭독에서 “이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세월호 인양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참사 희생자들이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손바닥 두 개 크기만한 작은 영정을 직접 옮겼다. 자원봉사자들은 분향소 벽에서 떼어낸 영정을 깨끗이 닦아, 노란 한지에서 싸서 검은색 상자에 담았다. 자녀의 영정을 직접 받아 든 부모들은 영정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눈시울도 불거졌다. 모인 영정들은 다시 15개의 큰 상자에 담겨 시청으로 옮겨졌다. 가족들은 임시 보관될 영정들을 어디로 옮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광화문광장 세월호참사 기억전시공간.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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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이사와 함께 세월호 천막 14개는 18일 전부 철거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 세 달 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현재 자리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약 4년 8개월 만이다. 천막이 철거되고 나면 현재 분향소 자리에 ‘기억ㆍ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달 12일 문을 연다. 박 대표는 “기억공간은 (세월호 천막이) 예술적으로 승화된 공간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도, 304명의 희생자도 이 공간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 80㎡ 면적의 목조 건물로 만들어질 기억ㆍ안전 전시공간은 이순신동상 앞 교보타워 방향 한쪽에 설치된다. 시가 직접 운영하되 자원봉사자들과 유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2020년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계획에 맞춰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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