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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아무튼, 주말] 반려 동물 마지막 길… 장례식장이냐 쓰레기봉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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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과 이별하는 법

조선일보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추모실. 모니터로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그 아래 보이는 목관에는 죽음을 맞이한 반려동물이 담겨 있다. 염습을 마치고 수의를 입은 동물이 이곳으로 오면 보호자들은 마지막으로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견공 장례식’은 사람의 장례 절차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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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끼익~" "쿵." 4차선 도로를 건너던 흰색 치와와가 질주하던 차에 치였다. 아스팔트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뒤따라가던 보호자 A(여·79)씨가 치와와를 안아 들었다. 떨림과 고통이 털끝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뛰어갔지만 곧 숨을 거뒀다. 경추 골절과 과다 출혈. 7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입양한 강아지였다. 친구처럼 의지하고 자식처럼 아껴왔다고 했다. A씨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개의 유골함을 붙들고 운다. 정신과에선 A씨의 병명을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했다.

#2. 혼자 사는 청각장애인 B(48)씨는 10년간 도우미견 한 마리에게 의지해왔다. 열두 살의 갈색 코커스패니얼. 이틀 전 노환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B씨는 개가 숨을 거두자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주인 대신 초인종, 물주전자 끓는 소리, 화재 경보를 듣고 바짓단을 잡아 끌던 똑똑한 개였다. B씨는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고마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는 "떠나간 개가 격식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3. 경기도 동두천에 사는 C(37)씨는 두 달 전 인근 야산 풀숲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포메라니안종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다리 한쪽이 부러져 있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버려진 채 오랫동안 굶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털에는 소변과 배설물, 진흙이 묻어 있었다. 강아지는 발견된 지 채 사흘이 지나지 않아 죽었다. 인근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온 구조대원은 "강아지가 병사할 기미를 보이자 보호자가 야산에 유기한 것 같다"며 "한 해 이런 식으로 유기되는 동물이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인'은 약 1481만명. 1500만 인구에게 반려동물은 '또 하나의 가족'이다. 하지만 새 가족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펫 산업의 관심이 사육 과정의 흥밋거리에 치중돼 있어 죽음을 다루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펫 로스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조지훈씨는 "반려동물은 '잘 키우는 것'만큼 '잘 떠나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과 잘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매장은 불법, 파묘하는 사람들도

조선일보

반려동물 유골을 녹여 만든 ‘메모리얼 스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광주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외곽 지역 공장지대에 5층짜리 외딴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에 보이는 실내 화장장. 스피커에선 잔잔한 추모 음악이 흘러나왔다. 양옆으로 염습실과 추모실이 있다. 2층은 '사리' 제조실, 3층부터는 유골함을 보관한 봉안당이 이어진다. 마침 염습이 끝난 20㎏ 정도 중형견이 추모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까만 털의 차우차우. 다리엔 링거를 맞으며 집중 치료를 받은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개를 덮은 수의는 보호자 가족이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추모실 제단 위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반려견 앞으로 보호자들이 들어선다. 정면 모니터로 생전 영상이 재생된다. 가족들은 개를 만지고, 안고, 마침내 오열한다.

이 '견공 장례식'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시간 이내. 그리고 '사후 처리'가 이어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의 사체(死體) 매장은 불법이다. 동네 앞산에 강아지를 묻던 익숙한 풍경은 엄밀히 말해 법을 어기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4%가 반려동물 사후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강성일씨는 "반려동물을 묻었다가 불법인 걸 알고 파묘(破墓)하면서 다시 장례 절차를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양극단의 시각, 양극단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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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견 한 마리의 유골을 녹이면 위와 같은 ‘사리’ 150여개가 나온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반려동물 봉안당에 서 있는 추모객. 칸막이마다 반려동물 유골함과 생전 사진, 추억의 물건들이 들어차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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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 봉투에 넣어 버리게 돼 있다.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엔 이 규정에 대한 항의 글이 일주일에 하나꼴로 올라온다. 사연은 비슷하다. "길에서 교통사고당한 강아지를 봤다"며 "구청 동물과에 전화했더니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면 된다고 답했다"고 분노한다. "자기 가족이 죽어도 그 시신을 '폐기물'로 치부할 수 있겠느냐"며 댓글 창은 성토의 장으로 변한다.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박선덕 사무관은 이에 대해 "반려인들에게 이 조문(條文) 내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인정한다. 동시에 "동물보호법상 동물 장묘 업체를 통한 화장도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었다"고 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 팔자도 극과 극이다.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정식 장례 후 화장을 하거나. 박 사무관은 "현실을 고려하는 동시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 복지 문제 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게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지만 실제 반려인 중에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엄밀히 말하면 반려동물 개체 수에 비해 매장 가능한 토지 면적이 부족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례 문화 천태만상(千態萬象)

'펫 로스' 관련 산업이 '블루오션'처럼 여겨지면서 무허가 업체들이 양산되고 있다. 매장을 알선하는 업체뿐 아니라 몰래 단체 화장을 하거나 이동식 장례차를 운행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실정.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김동현 팀장은 "최근 들어 무허가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위법성 질의도 늘었다"고 말한다.

김 팀장에 따르면 트럭이나 승합차에 버너를 갖추고 간이 화장터를 운영하는 '이동식 장례차'의 경우 동물보호법에 위반된다. 법에 규정된 장묘 업체 영업장 범위에 '차량'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정보와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불법 장례 방식'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가 경황없는 틈을 타 바가지를 씌우는 업체도 있다. 동물 수의 한 벌에 2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을 받기도 한다. 여러 마리의 동물을 대량 화장하고 다른 동물의 유골을 인계하는 '만행'도 있다. 실제로 이 업체들을 이용해 장례를 치른 직장인 이현선(여·34)씨는 "3년 전 반려견이 죽자 인터넷 검색 끝에 한 장례 업체를 이용했다"며 "경황이 없어 단체 화장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유골이 바뀐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은 1896년 첫 반려동물 묘지가 만들어졌고, 2017년 기준 전문 장례 시설만 600곳을 넘어섰다. 프랑스는 저가의 공공 장례 시설과 고가의 사설 장례 시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9년 3월 현재 전국 33곳의 사설 장례 업체가 운영 중이다. 정부에서는 경상남도 김해시와 전라북도 임실군 두 곳을 선정해 지난 2018년부터 공공 장례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반려동물 보험업을 준비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10년 안팎임을 고려해 볼 때, 2000년대 초반 공론화가 시작된 '반려동물 문화'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며 "노견과 호스피스 등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장례 문화 역시 성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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