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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보잉 737맥스 주저앉힌 트럼프, 하노이 세일즈외교도 허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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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교통부·연방항공청 브리핑 뒤 운항 중단 명령

위성 데이터 분석…인니·에티오피아 사고 연관성 인정

하노이 북-미 회담 때 보잉 110대 판매 계약했지만

베트남·말레이 “구매 재검토”…노르웨이 “손배 청구”

대한항공 “도입하되 운항 보류…대체 기종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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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37 맥스8 여객기의 안전 우려에도 머뭇거리던 미국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면서 세계적으로 이 기종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을 기회로 베트남 쪽과 100대 넘는 판매 계약을 체결한 기종이 하필 이 비행기라서 ‘빈손 귀국’ 뒤 세일즈 외교 성과마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40개국 이상이 운항 중단을 발표한 뒤인 13일(현지시각) “미국인들과 모든 사람들의 안전이 최고로 중요하다”며 보잉737 맥스8과 맥스9 기종의 운항 중단을 명령했다. 특히 미국 연방항공청이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항공 여객기 추락과 최근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대니얼 엘웰 연방항공청 청장대행은 인공위성 추적 데이터를 보완해 분석한 결과 두 사고가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두 사고는 이륙 직후 조종사가 비행기가 통제가 안 된다며 회항을 요청하고 금세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종에 새로 장착한 ‘조종특성상향시스템’(MCAS)이 비행 상황을 잘못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시스템은 일정한 속도에 못 미치는 ‘실속’으로 추락 우려가 있으면 날개의 플랩 작동으로 양력을 높이는 자동 자세제어 시스템으로, 이게 작동해 양력을 높이려 하면 기수가 아래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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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항공청의 이런 판단이 확정되면 보잉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시도하다 회담을 결렬시키고 빈손으로 귀국했지만, 보잉737 맥스 시리즈를 베트남 항공사에 대량 판매하기로 해 그나마 ‘실익’을 챙겼다. 당시 베트남 비엣젯항공이 보잉737 맥스8 20대와 맥스10 80대를 157억달러(약 17조8천억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주석과 계약식에 참석해 흐뭇해하며 “대규모 계약”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13일 베트남 정부가 보잉737 맥스8의 운항을 중지한 데 이어, 이 기종을 사기로 한 비엣젯항공과 뱀부항공(10대)이 구매 계약을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자칫하면 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다. 말레이시아항공도 보잉737 맥스8 기종 25대를 사기로 한 계약을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737 맥스8 구매 계약을 한 한국 항공사들도 도입은 하되 운항은 보류하기로 했다. 모두 30대를 도입해 5월에 노선에 투입하기로 한 대한항공은 14일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운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4대를 도입할 예정인 티웨이항공도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운항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이 기종을 2대 운항해온 이스타항공은 13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항공은 보잉에 운항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맥스8은 지난해 보잉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기종이다.

조일준 신민정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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